로봇은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안위와 경제 주권을 지킬 전략 자산이자, 꺼져 가는 제조업에 다시 불을 지필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로봇 전쟁의 골든타임을 사수할 마지막 승부수는 결국 낡은 규제를 걷어낸 '특구(特區)'에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테슬라 '옵티머스'와 맞붙을 현대차그룹 '아틀라스'부터 생존을 위해 로봇 기업으로 변신하는 부품사의 사투, IPO(기업공개)와 동반성장펀드로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의 흐름까지 치열한 로봇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HL만도가 로봇 액추에이터 수주를 확대하며 시장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기존 4족 보행 로봇용 액추에이터 공급에 더해, 이르면 2027년 양산 예정인 차세대 제품 선수주까지 확보하면서다. 여기에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 사업 기반을 다지기 위한 인수합병(M&A)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은 HL만도가 중국산 부품 배제 움직임에 대한 수혜를 받아 시장 내 입지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HL만도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로봇 기업으로부터 차세대 4족 보행 로봇용 액추에이터를 수주했다. 해당 제품은 이르면 2027년 양산될 예정으로, 상용화에 앞서 고객사를 확보한 셈이다. 기존 4족 보행 로봇용 액추에이터 공급 경험에 더해 차세대 제품 수주까지 확보하면서 고객 기반을 넓히는 모습이다. 로봇 액추에이터는 전기·유압·공압 에너지를 물리적 운동으로 변환해 로봇의 관절과 팔다리를 움직이는 핵심 구동장치다.
HL만도는 4족 보행 로봇을 넘어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 사업 토대도 다져나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해 고객사 대상 개념검증(PoC)과 실증 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관련 기업 M&A 또는 조인트벤처(JV)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후 2027~2028년에는 휴머노이드 전용 파일럿 라인 검증과 양산 체계 구축, 고객 확대에 나선다. 2029년에는 북미·한국을 중심으로 양산을 확대하고 공급망 최적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남주신 DB증권 연구원은 "HL만도는 기존 자동차 샤시·전장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 액추에이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는 현재 PoC 단계에서 고객사와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고, 양산 시점은 2027~2029년"이라고 설명했다.
HL만도가 로봇 액추에이터 시장에 주목한 배경에는 기존 자동차 부품 사업과의 기술적 유사성과 높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 액추에이터 구조가 전동식 조향장치(EPS), 브레이크 시스템(IBS) 등과 맞닿아 있어 기존 제어·정밀가공·양산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사업 진출에 따른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면서도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로봇 액추에이터 시장은 2022년 134억달러에서 2032년 40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HL만도는 이 같은 로봇 액추에이터 사업 확대를 통해 2035년 휴머노이드 로봇 액추에이터 부문에서만 2조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2025년 연결 기준 전체 매출의 24.3%에 해당하는 규모다. 단순한 신사업 진출을 넘어 중장기 실적의 한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로봇 액추에이터 전체 매출 목표가 별도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4족 보행 로봇 매출까지 더해질 경우 전체 로봇 사업 외형은 이보다 커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HL만도의 로봇 부품 시장 내 입지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휴머노이드 기업들을 중심으로 중국산 부품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비중국권 공급사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병근 LS증권 연구원은 "HL만도의 기술력과 기존 섀시 부품 양산 경험을 감안하면 북미 전기차 선도업체가 출시할 휴머노이드에 액추에이터를 공급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최근 많은 휴머노이드 업체들이 중국 기업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HL만도의 액추에이터 수주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HL만도 관계자는 "자동차 섀시 제품을 통해 축적한 모터, 모터 제어, 정밀가공 역량을 바탕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