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이 본사를 부산으로 옮긴다.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강화 등 사회적 대의에 동참하기 위한 결정이다. 이에 따라 HMM은 우선 연내 대표이사 집무실을 부산에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이를 제외한 구체적인 조직·인력 이동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실질적인 본사 부산 이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본점 소재지 서울서 부산으로 변경
HMM은 8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본점 소재지 변경을 위한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임시주총에서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됨에 따라 HMM의 본점 소재지는 이날부로 '서울특별시'에서 '부산광역시'로 바뀐다. 이날 최원혁 HMM 대표이사는 "국내 최대 국제 선사로서 정부의 해양강국 비전과 정책 방향에 공감하고,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강화 등 사회적 대의에 동참하기 위해 당사 정관상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제1호 안건으로 상정된 본점 소재지 변경 안건은 큰 이견 없이 처리됐다. 임시주총은 빠르게 진행돼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임시주총 출석 주식 수는 발행주식 총수 9억4323만7970주의 84.01%인 7억9240만9534주였다. 이 중 대부분이 본점 이전에 찬성했다. 반대 의사를 표시한 주식 수는 9만4630주였다.
그간 HMM 노사는 본사 부산 이전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양측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차례 본사 이전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최근에는 육상노조가 노동위원회 조정 신청과 대표이사 고소에 나섰고,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갈등이 고조됐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HMM 노사는 본사 부산 이전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고객의 80% 이상이 해외 화주라는 점에서 파업에 따른 서비스 차질과 해외 고객 이탈 가능성에 노사 모두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HMM 측은 "당사는 국내보다 해외 비즈니스 비중이 큰 회사라는 점에서 파업 영향이 국내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고객의 80% 이상이 해외 화주여서 육상직이 파업하면 선박 입출항 신고와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 노사 모두 부담이 컸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날 "현재 국내 해운 환경은 2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중동 전쟁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당사는 시나리오별 세부 전략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선사로서의 투자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주주가치 제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주주들도 부산 이전 기대…실질 이전은 협의 과제
이날 임시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은 HMM의 본사 부산 이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본사 부산 이전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한 주주는 "정부 기조에 맞게 회사가 따라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주주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찬성표를 던졌다"며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면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극항로 개척 차원에서도 더 진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HMM이 본사를 부산으로 완전히 이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00명에 달하는 임직원과 가족의 주거·교육·의료 인프라 확보가 선행돼야 하는 데다, 근무지 이전에 따른 세부 조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직 HMM은 조직·인력 이전 범위와 시기, 근무 방식, 임직원 지원책 등을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 파크원 빌딩의 임차 계약 기간이 2027년 5월까지인 점도 실질 이전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현재 HMM 노사가 합의한 것은 올해 안에 대표 집무실 마련 정도다.
HMM은 향후 노사 협의를 통해 부산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HMM은 "새로 공간을 마련하더라도 건물을 매입해 들어가는 방식은 아니고, 임차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사옥 마련이나 대규모 조직 이전은 단기간에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향후 노사 협의와 입지 검토가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노사 간 추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사의 본사 이전은 단순한 정책 사안을 넘어 경영 전략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 특성상 주요 화주와 금융·보험·선박금융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 있어, 본사 이전은 단순한 주소지 변경을 넘어 조직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성철 HMM 육상노조 지부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본사 부산 이전 노사합의서 서명식에서 "본사 이전을 둘러싸고 상세한 내용을 협의함에 있어 그 중심에 우리 조합원이 우선이 돼야 한다"며 "불이익이 없도록 진행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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