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부실채권(NPL) 정리를 위한 독자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저축은행중앙회 주도의 NPL 전업사 'SB NPL대부'가 1분기 중 본격 가동됨에 따라, 기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주의 정리 방식에서 나아가 가계 및 신용대출 부실까지 아우르는 '투트랙' 전략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업계는 단순한 대부업 형태를 넘어 연내에 '자산관리회사(AMC)'로의 전환을 추진해 자본 규제를 넘어선 '제2의 유암코(연합자산관리)'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의 자회사인 'SB NPL대부'는 이달 중 담보부 NPL 가치 평가를 위한 회계법인 선정을 마치고, 1분기 내 첫 부실채권 매입에 착수한다. 현재 전국 79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매각 수요 조사가 진행 중이다.
SB NPL대부 가동은 저축은행업계가 외부 매각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부실을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앞서 'MCI대부(새마을금고)'와 'KCU NPL대부(신협)'를 통해 '배드뱅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상호금융권 모델을 벤치마킹한 결과다. 이를 통해 저축은행업계는 매각 타이밍을 놓치거나 시장에서 헐값 매각을 강요받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SB NPL대부는 지난해 10월, 저축은행들이 분담금을 모아 자본금을 기존 5억원에서 105억원으로 확충했다. 현행 대부업법상 자기자본의 10배까지 자산운용이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1000억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즉시 소화할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이번 전업사 가동으로 저축은행업계는 자산 성격에 맞춘 이원화 전략을 완성했다. 규모가 크고 복잡한 부동산 PF 부실은 '공동펀드'로, 건수가 많고 관리가 까다로운 가계·신용대출 부실은 'SB NPL대부'가 전담하는 구조다.
부동산 PF 부실 정리는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는 2024년 1월부터 최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약 2조9530억원 규모의 PF 부실채권을 공동펀드로 정리했다.
그 결과 치솟던 연체율도 안정세를 찾았다. 업계 부동산 PF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12.52%로 정점을 찍은 뒤, 9월 말 2.95%까지 급락했다. 개별 사별로도 OK저축은행의 연체율이 10.39%에서 0.17%로, 웰컴저축은행이 2.46%에서 0.15%로 떨어지는 등 건전성 지표가 대폭 개선됐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중앙회는 당초 3월 조성을 목표로 했던 '7차 PF 공동펀드' 추진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시장 안정화로 업계의 매각 수요가 줄어들었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연내에 SB NPL대부의 라이선스를 현재의 대부업에서 '자산관리회사(AMC)'로 전환할 계획이다. AMC로 전환될 경우 현행 대부업법상 족쇄인 '자기자본 10배 이내 자산 운용'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본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조 단위 부실채권 매입이 가능해진다. 또한 단순 매입을 넘어 위탁 추심 업무까지 가능해져, 자체 추심 역량이 부족한 중소형 저축은행의 채권 관리 효율성을 대형사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SB NPL대부의 가동은 저축은행이 주도권을 갖고 건전성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완성됐다는 신호탄"이라며 "AMC 전환을 통해 유암코처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업계의 부실채권 정리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에 따라 공동펀드를 함께 운영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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