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보수적 색채가 짙던 금융권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바람이 거세다. 5대 시중은행이 올해부터 금요일 퇴근 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이른바 '주 4.9일제'를 도입하기로 한 데 이어, 카드업계에서도 신한카드가 처음으로 동참했다. 저축은행권에서는 이미 '월 1회 주 4일제' 실험까지 진행되면서 금융권 전반의 근로 문화 재편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 노사는 최근 타결한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통해 금요일 퇴근 시간을 기존 오후 6시에서 5시로 1시간 앞당기는 단축 근무 도입에 합의했다. 카드업계에서 노사가 금요일 단축 근무를 공식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앞서 시중은행 노사가 합의한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과 궤를 같이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임단협 과정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운영 방식은 은행권 가이드라인이 나온 이후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에서는 '맏형' 격인 신한카드의 이번 결정이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로 확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통상 카드사들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복지·근로 제도를 따라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 등 다른 지주 계열 카드사들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는 임단협 시점 차이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들 회사는 시중은행의 단축 근무 합의 이전에 협상을 마무리해 해당 안건이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신한카드는 상대적으로 임단협 진행이 늦어져 은행권의 결정 이후 관련 내용을 협상안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현장 분위기는 엇갈린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환영 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지방 거주자나 주말 장거리 이동이 잦은 직원들에게 '금요일 1시간'은 체감도가 크다는 평가다. 반면 24시간 결제 시스템 관리, 고객 민원 대응 등 상시 운영이 필요한 카드업 특성상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1시간 단축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지방 본가에 가거나 여행을 떠나는 직원들에게는 체감 효과가 상당히 크다"며 "은행권이 시행하고 나면 카드사들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카드업계가 '주 4.9일제'로 보폭을 맞추는 사이, 저축은행업계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실험이 진행 중이다. SBI저축은행은 2024년 4월부터 업계 최초로 임금 삭감 없는 '월 1회 주 4일제(금요일 휴무)'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이 조를 나눠 월 1회 금요일에 휴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매주 1시간 단축보다 총 근로시간 감축 폭이 크다. 은행권이 월 4~5시간 줄어드는 구조라면, SBI저축은행은 월 8시간가량이 감소해 근로자 체감도는 더 높다는 평가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제도가 안착된 상황이며,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향후 정식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심은 보험업권으로의 확산 여부다. 교보생명은 SBI홀딩스로부터 SBI저축은행 지분(50%+1주)을 2026년 10월까지 9000억원에 단계적으로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 피인수 회사의 근로 문화가 모기업으로 '역도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생명보험업계 '빅3'인 교보생명이 단축 근무나 주 4일제 실험에 나설 경우, 이는 보험업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을 과거 주 6일제에서 주 5일제로 전환되던 시기와 유사한 과도기로 해석한다. 당시 토요일 오전 근무가 완전한 주 5일제 도입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것처럼, 현재의 '금요일 1시간 단축' 역시 장기적으로는 주 4.5일제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변화를 과거 주 5일제 정착 과정과 유사한 흐름으로 규정하며, 향후 금융권 전반의 근로 문화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원 만족도가 높은 복지 제도는 일단 안착하면 되돌리기 어렵다"며 "인재 확보와 조직 사기 차원에서 금융사 간 '워라밸 경쟁'은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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