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국토교통부가 서울–세종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와 관련해 현대엔지니어링에 8개월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사전 통보하면서 제재 절차가 본격화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한편, 영업정지 등 법적 제약이 확정되기 전까지 최대한 수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사업 전략 재정비에 착수했다. 수주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서울–세종 고속도로 9공구 교량 붕괴 사고와 관련해 현대엔지니어링에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사전 통지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김앤장 법무법인을 통해 의견서를 제출했고 향후 세 차례의 심의와 청문 절차를 거쳐 처분의 적정성과 감경 여부가 결정된다. 최종 행정처분 결과는 올해 상반기 중 확정될 전망이다.
해당 사고는 지난해 2월 25일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서울–세종 고속도로 9공구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으며 지분율은 현대엔지니어링 62.5%, 호반산업 37.5%다. 교량 거더 24본이 붕괴되면서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졌다.
사고 이후 정부의 강도 높은 비판과 거세진 여론을 의식해 대외 행보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도시정비사업 신규 수주에는 단 한 건도 참여하지 않았다. 2023년 1조2778억원, 2024년 1조5794억원을 기록했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지난해 0원에 그쳤다. 주요 10대 건설사의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건설계약 기준 수주잔고도 2024년 말 34조8823억원에서 2025년 3분기 27조233억원으로 감소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사고 조사 협조와 수습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올해는 이를 내부 재정비와 전략 재설계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연간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초기 단계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수주 전략을 재정립하고 있다. 급감한 수주잔고를 고려할 때 수주 확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 사업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영업정지 처분이 확정 되더라도 제재는 국내 공공 입찰에 주로 적용되는 만큼 해외 수주에는 직접적인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해외 수주 1위를 기록한 현대엔지니어링은 반년간 중단됐던 세르비아 태양광 사업 등이 재개 수순을 밟으면서 해외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고 이력에 따른 부담이 국내 공공 SOC 사업에서는 불가피한 반면, 해외 시장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향후 전략의 무게추가 해외로 더욱 기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국내 공공 SOC나 이미지가 중요한 도시정비 사업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등 신규 사업 분야로의 확장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기반의 복합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추고 있어, 데이터센터 EPC 사업으로의 확장이 비교적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사고 수습을 넘어 반등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수주 공백을 해외 사업과 신사업으로 얼마나 만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행정처분이라는 변수 속에서도 영업 활동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영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장은 "신규 수주가 침체된 상황에서 영업정지가 몇 개월이라도 현실화될 경우 법적으로 신규 수주가 전면 중단되는 만큼 그때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당장 먹거리가 끊기는 셈"이라며 "아직 영업정지 처분이 결정되기 전까지 수주를 최대한 확보해야 할 국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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