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KT가 지난해 해킹 사태와 가입자 이탈 여파 속에서도 영업이익이 약 3배 증가하며 수치상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통신 본업의 성장 한계가 분명해진 상황에서 '탈통신'의 해법으로 제시해 온 인공지능(AI) 전략은 리더십 공백이라는 변수를 맞닥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숫자는 회복됐지만 체질 전환의 핵심 축인 AI는 조직 재정비가 필요한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KT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8조2442억원, 영업이익 2조46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6.9%, 영업이익은 205% 증가했다. 부동산 개발 분양 이익과 인력 구조 혁신에 따른 기저효과,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사업 성장 등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영업이익 급증의 상당 부분이 일회성 요인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본질적 체력 개선 여부를 두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장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무선 사업에서 두 자릿수 고속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판매비와 유통 구조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방어를 언급했다. 통신 본업이 구조적으로 고성장 구간을 지나섰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KT가 중장기 성장 축으로 제시해 온 것은 인공지능 전환(AX)와 B2B 사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한국형 AI 모델 'SOTA K'를 선보였고 보안 특화 클라우드 SPC(Secure Public Cloud)를 출시했다. 팔란티어와도 금융권 중심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KT클라우드는 지난해 매출 9975억원으로 27.4% 성장하며 그룹 내 핵심 포트폴리오로 자리잡았다. 가산 AI 데이터센터 개소와 액체 냉각 기술 도입 등 인프라 확장도 이어졌다.
문제는 전략의 방향보다 실행 체계다. 지난달 KT의 AI 프로젝트를 총괄해 온 신동훈 전 생성형AI랩장 겸 최고AI책임자(CAIO)가 퇴사하면서 내부 AI 컨트롤타워가 공백 상태에 놓였다. 신 전 랩장은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겨냥한 소버린 AI '믿음 2.0'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탈락한 데 이어 추가 정예팀 공모에도 KT는 참여하지 않으며 국가 주도 AI 경쟁 구도에서도 존재감이 다소 약화된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CEO 교체기를 맞은 점이 꼽힌다. 김영섭 대표가 물러나는 가운데 박윤영 차기 CEO 내정자는 주주총회를 거쳐 취임을 앞두고 있다. 박 내정자는 DX·B2B 경험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지만 정식 취임 이전까지 대규모 인사와 조직 개편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CAIO 후임 인선 역시 박 내정자 취임 이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AI 전략은 속도가 중요한 영역인 만큼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실행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AI 조직과 책임자를 강화하는 흐름과 비교하면 KT는 현재 과도기적 상황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해킹 사태 이후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약 23만명의 가입자가 이탈했고 잔류 고객 대상 보상 프로그램도 비용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신 사업 성장세가 둔화될수록 AI 전환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관건은 전략의 유무가 아니라 이를 실행할 조직과 리더십을 얼마나 빠르게 정비하느냐다.
KT는 올해를 통신 본업 안정화와 AX 성과 가시화의 해로 설정했다. AI가 실질적 성장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장뿐 아니라 내부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체계의 재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더십 공백을 얼마나 신속히 메우느냐가 향후 AI 전환의 속도를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AI 인프라와 글로벌 파트너십 측면에서는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이를 총괄하고 조율할 리더십 체계가 조속히 정비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통신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AI 실행력은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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