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CJ제일제당이 최근 설탕·밀가루 담합으로 적발되면서 반복되는 위법 행위와 함께 이사회 구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특히 그룹 오너일가가 회사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정작 10여년째 이사회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으면서 사내이사에게 부여되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CJ그룹 내에서 가장 큰 매출 규모를 가진 핵심 계열사다. 식품과 바이오 사업을 양대 축으로 삼아 그룹의 실적을 견인해 왔으며 국내 설탕과 밀가루 시장에서는 오랜 기간 점유율 1위를 유지해왔다. 실적뿐만 아니라 그룹의 모태라는 점에서도 CJ제일제당이 그룹 내에서 지니는 의미도 남다르다.
이 같은 위상에도 CJ제일제당 이사회에는 현재 오너일가 구성원이 참여하지 않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재 CJ제일제당 이사회는 총 7명으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이사 총수의 과반'으로 두어야 한다는 상법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적지 않은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오너일가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과거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맡으며 이사회에 참여했지만 2016년 3월 임기 만료 이후 물러났다. 이후 2017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그룹 경영 전반에 복귀했으나 CJ제일제당 이사회에는 다시 합류하지 않았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있는 장남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장(경영리더) 역시 미등기임원이다. 2019년 불거진 마약 혐의로 CJ제일제당으로부터 정직 처분을 받은 뒤 1년여 만인 2021년 초에 복귀했지만 지난해 9월 CJ 미래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도 이사회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룹 핵심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CJ제일제당 이사회에는 오너일가가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구조가 10년 가량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이사회 구조는 CJ제일제당의 과거 이력과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06년 밀가루 담합, 2007년 설탕 담합을 포함해 주요 소비재 시장에서 가격과 물량을 조정한 혐의로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최근에도 설탕과 밀가루 담합에 연루된 사실이 적발되면서 동일 산업과 유사한 유형의 위법 행위가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오너일가의 이사회 공백을 전문경영인 중심의 '자율 경영'이 아닌 '책임 회피용'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상법상 등기이사는 담합 등 위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주대표소송 등 손해배상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반면 미등기 임원은 이 같은 상법상의 '이사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설탕과 밀가루시장은 과점 구조와 낮은 수요 탄력성 등으로 인해 담합 논란이 반복적으로 발생해온 산업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시장 특성상 가격과 물량 조정과 관련한 의사결정은 언제든 공정거래 이슈로 번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환경에서 오너일가가 대표이사나 등기임원 등 법적 책임이 수반되는 직위에 직접 이름을 올리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담합과 같은 위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책임 소재가 경영진 개인에게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설탕·밀가루처럼 동일 유형의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해온 산업에서는 최상위 의사결정권을 지닌 경영진의 법적·평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오너일가가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유지하더라도 공식적인 이사회 참여나 등기임원 등재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구조가 형성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복되는 위법행위의 원인을 오너의 이사회 공백에서만 찾을 수는 없지만 위법행위가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고 결정권자라고 할 수 있는 오너가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며 "반복되는 위법 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구조와 통제 체계가 마련됐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너일가의 이사회 합류 등 거취 여부는 지주회사 소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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