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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밀가루와 설탕 담합 혐의로 관련업체 대표와 임직원 등 총 52명이 기소됐다. 담합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하는 데다 강도 높은 처벌을 주문하는 대통령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식품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도는 모양새다. 대규모 담합 적발로 고강도 수사가 예견된 가운데, CJ제일제당과 대한제당이 각각 밀가루 담합과 설탕 담합에서 기소 대상에 오르지 않은 배경으로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가 꼽힌다.
CJ제일제당은 국내시장에서 밀가루·설탕 모두 압도적 점유율 1위를 차지해온 기업이다. 이번 담합 사태에서도 밀가루와 설탕 담합에 모두 연루됐다. 밀가루 담합의 경우 리니언시 제도 활용해 기소를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더해 추후 과징금 감면 등도 예상되고 있다.
대한제당 역시 설탕 담합에서 리니언시를 활용해 구속기소를 피했다. 시장을 주도하며 부당한 이득을 취한 업체들이 정작 법적 심판대에서는 가장 먼저 내려오는 아이러니가 연출된 셈이다.
문제는 CJ제일제당의 시장 위치다. CJ제일제당은 설탕과 밀가루 모두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해왔다. 공정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국내 밀가루 소매시장 점유율은 약 59.7% 수준이다. 설탕시장 점유율은 약 48%다.
시장점유율이 높을수록 동일한 가격 인상 폭이 적용되더라도 매출 증가 효과는 경쟁사보다 크게 나타난다. 담합으로 취한 이득 규모 역시 점유율에 비례하게 되는데, 리니언시 제도를 활용하면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강도의 처분을 받게 된다.
앞서 2006년 적발된 밀가루 담합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CJ제일제당을 포함한 제분사들이 약 6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생산량과 가격을 조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 조사 결과 관련 매출액은 약 4조1522억원에 달했고 담합 기간 동안 밀가루 가격은 약 40% 급등했다. 같은 기간 공산품 평균 인상률이 10%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네 배에 달하는 상승폭이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된 소비자 피해액은 4000억원을 웃돈다. CJ제일제당의 시장점유율이 약 50%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상 담합으로 인한 부당 이익 중 상당 부분이 CJ제일제당에 귀속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당시 CJ제일제당에 부과된 과징금은 66억원에 그쳤다. 대한제분(121억원), 동아제분(82억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리니언시 적용으로 과징금이 대폭 감경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반복성이다. CJ제일제당은 2006년 밀가루 담합, 2007년 설탕 담합에 이어 최근 사건에서도 리니언시 제도를 활용했다. CJ제일제당이 밀가루, 대한제당은 설탕 담합에서 각각 리니언시를 적용받았다.
일각에선 CJ제일제당의 경우 1위 기업이 정보력을 바탕으로 리니언시 제도를 선점해 '꼬리 자르기'에 나서는 구조적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담합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은 크지만 제도상 '선제적 신고자'라는 이유로 처벌 부담은 오히려 가장 가벼워지는 아이러니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 적발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지만 시장 지배력이 큰 기업이 이를 선제적으로 활용할 경우 '가장 큰 이득을 본 주체가 가장 적은 처벌을 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며 "담합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기업이 오히려 제도의 최대 수혜자가 되는 현상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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