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만약 다른 곳에 가고 싶으면, 적어도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한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인용한 '거울 나라의 앨리스' 속 붉은 여왕의 대사는 신한금융이 추진하는 AX(AI 전환) 전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체된 속도로는 금융 대전환 국면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AX 전략의 출발점이라는 해석이다.
진 회장은 빠른 실행 없이는 금융 환경 변화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디지털 신사업 추진 경험을 보유한 최혁재 지주 AX·디지털부문장을 '두 배 빠른 레이스'의 페이스메이커로 선정하며 AX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최근 디지털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AX 전략의 지휘봉을 최혁재 부사장에게 집중시킨 점이다. 최 부사장은 2025년 1월 신한은행 디지털이노베이션그룹장으로 선임되며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불과 9개월 만인 작년 10월 지주 부사장과 신한은행 AX혁신그룹 부행장을 동시에 맡게 되며 그룹 내 디지털 리더십 '원톱'으로 부상했다. 현재 그의 직함은 그룹 CDO(최고디지털책임자) 겸 CAIO(최고인공지능책임자)다.
최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AX 지휘 체계는 지난해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확립됐다. 신한금융은 당시 지주와 은행에 각각 그룹 AX·디지털부문과 AX혁신그룹을 신설하며 지주·은행 간 AI 전략과 실행을 하나의 라인으로 묶는 구조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특히 두 조직의 수장을 모두 최 부사장에게 맡기면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AX 전략 추진의 효율성과 통일성을 극대화했다.
그동안 신한금융의 디지털 수장 자리는 주로 외부 출신 인사의 몫이었다. 최 부사장 이전에 CDO 직함을 달았던 인물들을 보면 김명희 전 부사장, 김준환 상무 등 IT·데이터 전문성을 앞세운 외부 인사들이었다. 반면 최 부사장은 30년 넘게 신한금융에서 실무를 익힌 '신한맨'이다. 전략 설계 단계에서는 외부 전문가의 역할이 컸지만, 실제 업무 현장으로 AI를 확산시키는 데에는 조직 이해도가 한계로 작용했다는 내부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 같은 변화는 AX의 성패가 기술 이해도보다 현업 적용력과 조직 관통력에 달려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외부 전문가가 청사진을 제시하는 단계를 지나, 이제는 조직 생리를 잘 아는 내부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AX를 업무 방식과 고객 접점 전반에 근본적으로 이식하겠다는 계산이다. 진 회장이 신년사에서 "AX는 단순한 효율성 제고 수단이 아니라 생존의 과제"라며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최 부사장이 이끄는 신한 AX 전략의 초점은 기술 도입 자체보다 현업 안착과 성과 창출에 맞춰져 있다. 올해 1월 출범한 'AX 혁신리더 100인'은 그 출발점이다. 주요 자회사의 현업 실무진을 중심으로 여신 심사, 고객 상담, 내부 보고 등 실제 업무에 AI를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직접 설계·구현해 전사 확산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1970년생인 최 부사장은 1995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뒤 인사부 팀장, 서소문지점 지점장, 디지털사업부 부장 등을 지내며 리테일과 디지털, 해외 관련 직무를 두루 경험했다. 현장과 본부, 전략과 실행을 모두 거친 이력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2024년 말 상무로 승진한 뒤 지난해 10월 지주 AX·디지털부문 부사장 겸 은행 AX혁신그룹 부행장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CDO로 이름을 올렸던 김준환 상무는 현재 디지털마켓센싱파트장을 맡아 최 부사장과 손발을 맞추고 있다. 지주 조직도를 보면 최 부사장이 이끄는 AX·디지털부문 아래에 AX추진센터, 디지털전략팀, 디지털마켓센싱파트 등이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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