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1조4000억원 규모의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수주전을 앞두고 한화시스템과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기술적 자존심 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사업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설계를 주도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이 설계부터 제작, 운용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체계종합'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우주 산업의 세대교체를 상징한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수주전의 핵심 키워드로 '기술 독립'을 내세운다. 지난해 11월 발사된 425사업 5호기에서 SAR 탑재체 전자부와 데이터링크 국산화를 성공시킨 여세를 몰아, 초소형 위성에서도 핵심 소자 단계부터 내재화를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핵심 기술 내재화의 이유에 대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개발 일정 준수와 유지보수 등에서 해외 업체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해외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전적으로 우리 능력으로 군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 우위"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화는 자체 설계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이 향후 군의 긴급한 성능 개량이나 유지보수(MRO) 상황에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산 부품을 사용한 체계와 달리 부품 수급의 병목 현상 없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시스템은 자사가 강조해 온 '국산화율'의 구체적인 수치 공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국산화율은 산정 기준에 따라 차이가 크며, 임의로 계산해 대외에 공개한 적이 없다"며 공식적인 수치 확인을 거부했다. '기술 주권'을 내세우면서 객관적인 검증 지표를 숨기는 소극적인 모습은 향후 수주전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화시스템이 425사업 5호기를 통해 '독자적인 눈'의 완성도를 증명했다면, KAI는 해당 위성의 본체 개발과 체계종합을 주도하며 그 눈이 우주에서 온전히 작동할 수 있는 '완벽한 몸체'를 구현해냈다. 결국 425사업은 두 기업의 협력작이었으나, 이제는 각자가 완성한 '눈'과 '몸'의 기술력을 들고 독자적인 우주 기업으로서 정면충돌하게 된 셈이다.
KAI는 이번 수주전에 부품 내재화보다 검증된 기술의 '최적화된 결합'과 '운용 안정성'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성능 수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중심에는 최근 인수한 위성 통신 전문기업 제노코가 있다. KAI는 제노코의 세계 최고 수준인 720Mbps급 고속 송신 기술을 통해 군의 정보 수집 및 의사결정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계산이다.
위성이 한반도를 통과하는 짧은 찰나에 임무 명령을 받고, 영상을 찍어, 지상으로 즉시 전송하려면 720Mbps급의 '초속 도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적의 도발 징후를 발견한 즉시 타격까지 이어지는 '킬체인'의 반응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된다.
여기에 KAI가 중형 위성 사업에서 쌓아온 '헤리티지(Space Heritage)'가 강력한 우군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주 공간에서는 단 한 번의 오류도 수천억 원의 자산 손실로 직결되는 만큼, 중형 위성 사업을 통해 검증된 KAI의 스페이스 헤리티지는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KAI 측은 "우주 환경의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설계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필수적"이라며, 고장 발생 시 신속한 복구와 임무 지속성 측면에서 첫 국산화 시도 기술과는 차별화된 신뢰성을 제공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사의 전략 차이는 생태계 구축 방식에서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화시스템은 계열사와 소부장 파트너사를 잇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마진을 내재화하고 리드타임을 단축하는 데 집중한다. 반면 KAI는 제노코, LIG넥스원 등 각 분야 전문 기업과 협업하는 '개방형 체계종합'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각 분야 전문성을 결합해 기술 리스크를 분산하고 국내 위성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전략이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주전은 부품 하나까지 직접 설계해 기술 독립을 꿈꾸는 한화와, 검증된 파트너들과의 결합으로 시스템 완성도를 높이려는 KAI의 대결"이라며 "정부가 어느 쪽의 기술적 안정성과 수치로 증명된 성능에 높은 점수를 주느냐에 따라 향후 10년의 우주 방산 지형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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