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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SAR 위성 수주전, '승자의 저주' 경계령
조은비 기자
2026.02.24 08:20:16
1.4조 물량전의 함정…단가 경쟁이 'K-우주' 발목 잡을 수도
이 기사는 2026년 02월 23일 07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수주전을 앞두고 한화시스템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긴장감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군 정찰위성 425사업에서 각각 '눈(탑재체)'과 '몸(본체)'을 맡아 협력했던 두 기업은 이번에 체계종합을 전면에 내건 독자 경쟁 구도로 맞붙으며 서로를 넘어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표면적으로는 한화의 '기술 수직계열화'와 KAI의 '글로벌 플랫폼 확장'이라는 전략 대결로 비친다. 하지만 업계가 진짜 우려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바로 '단가 경쟁'의 늪이다. 이번 사업은 민간 기업이 설계부터 제작, 운용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는 기업에 자율권을 주는 동시에, 예산 범위를 초과하는 모든 재무적 리스크와 비용 부담을 기업이 오롯이 떠안아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1조4000억원이라는 한정된 예산 내에서 위성 40기를 제작해야 하는 물량 중심 사업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과거 단 한 기의 성능에만 집중하던 중대형 위성 시대와 달리, 이번 프로젝트는 2~3년의 비교적 짧은 수명을 전제로 반복 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사업이다. 즉, 수주를 위해 무리하게 낮춘 단가는 단순한 마진 감소를 넘어 장기간 누적 손실로 이어질 경우 기업의 재무 기초체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압도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바탕으로 핵심 소자 내재화를 자신한다. 2025년 3분기 기준 R&D 비용이 매출의 16.6%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정작 기술력을 입증할 객관적 지표인 국산화율 수치 공개에는 보수적이다. "임의로 계산해 공개한 적 없다"며 공식 확인을 거부하는 태도는 '기술 주권'이라는 구호의 실체에 의문을 품게 한다. 지표 없는 자신감은 시장에 근거 없는 낙관론만 심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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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역시 26조원대의 수주 잔고와 항공기 양산 노하우를 무기로 내세우지만, 내부적인 불안 요소가 뚜렷하다. 무엇보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대표이사 공석 상태는 고도의 판단력이 요구되는 우주 사업에서 치명적이다. 항공·우주 산업은 한 번의 판단 지연이 수주 경쟁과 해외 협상 전반으로 이어진다. 리더십의 공백은 숫자로 잡히지 않지만,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소모되는 자산인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경고음과 같다.


국내 안마당에서의 과도한 단가 경쟁이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주를 위해 무리하게 낮춘 단가가 고착화되면, 향후 스타링크 등 글로벌 거대 플랫폼이 장악한 저궤도 위성 시장 입찰에서 우리 기업들은 '고비용 구조'라는 재무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내수 시장의 출혈 경쟁이 정작 더 큰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 발목을 잡는 셈이다.


이번 수주전의 본질은 누가 더 높은 스펙을 구현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안정적인 제조 공정으로 단가를 맞추느냐다. 1조4000억원이라는 수주 규모에만 매몰돼 원가 구조와 장기 투자 여력 등 내부의 재무적 암초를 피하지 못한다면, K-우주 산업의 장밋빛 미래는 '승자의 저주'라는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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