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SM그룹 산하 벌크선사 대한상선이 해운업과 함께 양대 축으로 영위해 온 무역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무역사업은 대한상선이 1983년 설립 이후 해운업과 함께 유지해 온 주요 사업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철강 및 석유화학 업황 악화와 채권 회수 부진 등이 겹치며 무역 부문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진 무역사업을 덜어내고 본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한상선은 무역사업을 접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현재 잔여 재고 처리에 집중하고 있다. 남은 재고가 해소되는 시점에 맞춰 무역사업도 단계적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선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대한상선이 무역사업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쌓인 재고를 우선적으로 해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역 부문은 해운업과 함께 대한상선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대한상선은 국내 철강제품 및 석유화학제품 수출을 담당해왔다. 주요 품목은 특수강, 강건재, 폴리염화비닐(PVC), 폴리프로필렌(PP) 등 철강·석유화학 제품과 페로몰리브덴, 페로실리콘 등 원자재다. 대한상선은 1983년 설립된 벌크선사로, 2009년 법정관리를 거쳐 2016년 SM그룹에 편입됐다.
대한상선이 수십 년간 이어온 무역사업을 정리하는 데는 경영 환경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상선 무역사업은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의 무역 중개가 중심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들 업종을 거래처로 둔 대한상선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방 산업 부진은 대한상선 무역사업의 외형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대한상선 무역 부문은 지난해 매출 119억원, 영업손실 212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88.7% 급감했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5%에서 1년 만에 4.6%로 쪼그라들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안정적인 매출을 내왔던 사업이 급격히 흔들린 셈이다.
무역 부문 부진은 연결 실적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한상선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180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256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0% 감소했다. 해운 부문이 지난해 매출 1888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무역 부문 손실이 대한상선 전체 수익성을 끌어내린 구조다.
대한상선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실적 악화 배경에 대해 "채권회수 부진에 따른 추심활동 등의 문제로 영업활동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무역사업 부문의 회수 지연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과 전반적인 원가 부담이 커져 실적이 악화했다"고 강조했다. 전방 산업 부진으로 거래처의 대금 지급 여력이 약화된 가운데, 매출채권 회수까지 지연되면서 무역사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대한상선이 이번 무역사업 정리를 계기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해운업 중심으로 재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이 낮아진 비해운 사업을 덜어내고 주력인 해운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아직까지 신규 선박 도입 등 선대 확장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선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3척의 벌크선을 운용하고 있으며, 포스코·한국전력공사 등과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있다.
대한상선 측은 "내부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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