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금융감독원이 MBK파트너스에 중징계안을 사전에 통보한 사안을 두고 펀드 운용사의 정당한 재량권 인정 여부가 제재심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감원은 MBK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조건을 변경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LP)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와 법조계에선 금감원이 사모펀드의 법적 투자 구조를 잘 이해하지 못한 채 결과만을 두고 제재를 계획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1일 MBK에 직무정지 등 내용이 포함된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는데 내부에서는 6개월 직무정지 안을 상정했다는 추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제재 수위는 '기관주의-기관경고-6개월 이내의 직무정지-해임요구' 순이다.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중징계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지난 3월부터 MBK에 대한 검사 및 추가 조사를 통해 불건전 영업행위와 내부통제 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해 왔다. 특히 홈플러스의 신용 등급 강등이 임박했던 시점에 MBK가 RCPS의 상환 조건을 홈플러스에 유리하게 변경한 행위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사모펀드 운용에 있어 규제 당국이 인정하는 GP의 운용 재량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해석에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금감원은 RCPS 조건 변경이 결과적으로 LP들의 투자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 반면 MBK는 법적 구조와 펀드 운용의 자율성, 기업 가치 보존이라는 대의적 목적에 따른 정당한 경영 판단이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RCPS는 발행 기업이 일정 시점에 투자자에게 상환해야 하는 부채 성격의 금융상품이다. 금감원은 MBK가 RCPS의 조기 상환권 행사를 유예하고 이자율을 조정하는 등 조건을 변경하면서 해당 RCPS에 투자한 국민연금 등 LP들이 당초 기대했던 투자 회수 시점과 수익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 운용사의 불건전 영업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주요 논리다.
그러나 IB업계는 금감원의 판단이 해당 RCPS 투자 구조의 법적 관계를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를 직접 인수한 주체는 MBK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리테일투자다. 국민연금 등 LP들은 이 한국리테일투자 펀드에 출자한 투자자다. 즉 LP들은 홈플러스 RCPS의 직접적인 상환권자가 아니며 RCPS의 상환 조건 조정 권한은 RCPS를 보유한 한국리테일투자에 있다는 얘기다.
한국리테일투자 펀드의 업무집행사원(GP)는 MBK다. 펀드 자산의 운용과 투자 관련 의사결정은 펀드 규약에 따라 GP인 MBK의 고유 권한으로 여겨진다. RCPS의 상환 조건 변경은 홈플러스(발행사)와 한국리테일투자(RCPS 보유자) 간의 계약 변경이며 한국리테일투자의 결정권자는 GP인 MBK다.
법조계도 같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사모펀드 구조에서 GP는 펀드 자산 가치 극대화와 출자자 이익 보호를 위해 재량을 가지고 투자 조건을 조정할 수 있다"며 "펀드 규약이나 계약서에 별도 규정이 없는 한 GP의 운용 판단에 따른 RCPS 조건 변경 시 LP들의 개별 동의를 받을 법적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LP 이익 침해를 지적하며 부정 혐의를 적용한 것은 GP의 정당한 운용 재량 범위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MBK는 금감원의 사전 통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통해 중징계 근거를 반박하고 있다. MBK 관계자는 "홈플러스 상환전환우선주의 상환권 조건 변경이 국민연금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국민연금이 투자한 우선주(LP가 출자한 펀드의 지분)의 조건은 변경된 바 없다"고 말했다.
MBK 측은 RCPS 상환 조건 변경의 목적이 홈플러스의 기업가치 유지와 모든 투자자 이익 보호에 있었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을 방지하고 기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GP로서의 당연한 의무이자 운용상 판단이었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국민연금을 포함한 모든 출자자들의 투자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논리다.
MBK는 "관련 법령과 정관 등에 따라 출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해왔다"며 "향후 제재심 등 이어질 절차에서 성실하게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업계는 금감원이 사모펀드의 복잡한 투자 구조와 계약 관계에 대한 명확한 법리적 검토 없이 결과론적 접근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번 RCPS 구조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부터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었기에 규제 당국이 GP의 행위를 부정 혐의로 단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행위가 명백하게 관련 법규나 펀드 규약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보다 정밀하고 냉철한 법리적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투자는 기본적으로 높은 위험을 수반하며 GP의 전문적인 판단에 의존한다"며 "GP의 정당한 운용 판단마저 규제 당국이 사후적으로 개입하여 징계를 가한다면 국내 사모펀드 시장 위축과 함께 자본 시장의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 제재심의 과정에서 법적 쟁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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