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홈플러스로부터 주요 제조사가 받지 못한 1~2월 물품대금이 82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협력사의 경우 받아야 하는 물품대금이 작년 분기 평균 영업이익의 4분의 1 수준에 달할 정도로 금액이 컸다.
제조 대기업들은 당장 이 돈을 못 받는다고 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고, 그간 홈플러스와 주요 협력사로 깊은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채권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소상공인 관련 대금을 우선 갚은 뒤 6월부터 대기업 채권도 변제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변제 계획도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6월에 나올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0일 서울회생법원에 채권자 목록을 제출했다. 이를 토대로 20개 주요 제조사가 홈플러스로부터 받지 못한 물품대금을 조회해 본 결과 총 829억원의 물품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했다.
그간 홈플러스는 2달 치 어음을 발행하고, 받은 물품 판매까지 이뤄진 뒤 물품대금을 지급해 왔다. 예정대로였다면 1~2월 물품대금은 본래 3월에 지급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전단채 발행이 불가능해졌고, 그로 인해 단기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며 지난달 4일 회생 신청을 했다. 그로 인해 1~2월 물품대금이 여전히 지급되지 못하고 묶여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대기업 제조사는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큰 금액을 홈플러스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다. 받아야 하는 물품 대금 금액이 가장 큰 곳은 롯데웰푸드로 102억원 상당이다. 이는 롯데웰푸드의 직전 1년도 평균 분기 영업이익(393억원)의 26%에 해당하는 큰 돈이다.
코카콜라 등 주요 음료 브랜드 제품을 유통하고 있는 LG생활건강도 물품대금이 95억원이나 잡혀있다. 이는 LG생활건강 분기 평균 영업이익(1148억원)의 8.3%에 해당하는 수치다.
최대 식품제조사인 CJ제일제당도 분기 평균 영업익(1550억원·식품 사업 기준)의 5.2%에 해당하는 80억원을 못 받았다. 오리온(국내법인 기준)과 매일우유도 각각 15.9%, 34.7%에 해당하는 71억원, 61억원을 받아야 한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설마 대기업 제조사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분위기"라며 "다만 대금 지급을 하지 않을 경우 계약서 등을 토대로 법정 다툼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는 "물건을 대주고 대금을 못 받으면 안 되니까 제조업계는 누구보다도 홈플러스의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면서도 "홈플러스의 지급 상황이 현재도 불안정해서 여러 제조업체가 공급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측은 소상공인 채무 변제가 우선이라며 대기업 측의 양보와 이해를 바랐다. 그러면서 대기업 물품대금 채권은 오는 6월부터 변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홈플러스의 구체적인 회생계획은 오는 6월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때까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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