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자사 매장을 보유한 펀드·리츠(임대인) 측에 일방적으로 임대료 삭감을 통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임대인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이후 발생하는 위약금은 회생법에 따라 회생담보권으로 처리하겠다는 주장이다.
회생담보권은 회생계획에 따라 다시 감액 또는 삭감될 수 있는 만큼 종국엔 펀드·리츠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게 된다. 이를 두고 홈플러스의 경영 과실을 임대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2일 홈플러스 매장 임대인인 펀드·리츠 측에 일방적으로 잔여기간 임대료를 삭감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홈플러스가 통보한 삭감 규모는 공모펀드 35%, 사모펀드 50%다. 그러면서 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기존 14일로 예정된 임대차계약 이행여부 최고(催告) 답변 기한을 다음달 15일까지 연장했다.
통상 임대료 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임차인이 정상적인 변제의무를 부담하도록 한다. 홈플러스의 경우에도 최초 회생계획안 제출시 임대료 지급에 대해 법원에 임대료 지급 허가를 받았다.
홈플러스는 정해진 임대료를 지급해야 하지만 임대료 부담이 커 회생이 어렵다고 주장하며 임대료 삭감을 통보했다. 홈플러스 측은 임대인이 임대료 감액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는 의견도 내비쳤다.
임대인 측은 즉각 '감액불가' 의사를 전달했다. 임대료가 삭감될 경우 은행에 지급할 이자조차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통상 펀드·리츠는 부동산 매매금액의 60~70%를 대출로 충당하고 나머지를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채운다. 홈플러스 측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업계는 홈플러스 측이 상대에 따라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0일 설명자료를 통해 매장 운영 방식을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으로 전환하면서 임대료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노조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홈플러스는 "총 68개 임대 매장 중 주주사(MBK파트너스) 인수 후에 임대매장으로 전환한 매장은 14개뿐"이라며 "대다수 임대매장은 주주사 인수 전 대형마트 호황기에 계약한 매장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인에게는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회생이 어렵다며 임대료 삭감을 주장하고 있어 '자가당착'에 빠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영과실을 펀드·리츠 투자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홈플러스 측 주장대로 임대인이 감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임대차계약 해지 절차로 넘어가면 개인투자자는 손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대료 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분류하지만 계약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위약금) 청구권은 회생법에 따라 회생채권으로 분류해 회생담보권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회생채권은 경우에 따라 90% 수준으로 삭감할 수 있다. 임대인이 받을 수 있는 돈이 기존의 10%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임대료 지급을 받지 못한 임대인은 은행 등 대주단에 이자를 지급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대주단이 기한이익상실(EOD) 선언을 하게 되고 해당 부동산은 경매 등 절차로 넘어간다. 홈플러스 매장과 같은 특수물건은 매각이 쉽지 않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아니고서는 인수 필요성이 없다 보니 자산가치는 폭락할 수밖에 없다. 남은 돈이 없으니 개인투자자의 투자금은 전액 손실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임대차계약이 해지되면 점포를 쓸 수 없게 되고 정상영업은 불가능하다. 이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자신의 주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라며 "홈플러스는 진지한 마음을 갖고 펀드·리츠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