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신협중앙회(신협)가 첫 벤처캐피탈(VC) 대상 출자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오른 운용사 한 곳을 놓고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업계에서는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심사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협은 최근 VC 부문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의 운용사 선정을 마쳤다. 공고를 통해 자펀드 3개에 200억원씩을 출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힌 3개사(▲LB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AFW파트너스(AFWP)-CLSA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가 최종 위탁운용사(GP) 자격을 얻을 것으로 기대됐다. 예상과 달리 AFWP-CLSA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가 마지막 관문인 운용사 실사에서 탈락하면서 LB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등 2곳의 운용사만이 각각 200억원의 자금을 획득했다.
이번 출자사업은 '공고 및 제안서 접수 → 1차 심사(정량·정성평가) → 2차 심사(구술평가) → 우선협상대상운용사 확정 → 운용사 실사 → 최종 선정' 등의 순서로 진행했다. 1·2차 심사는 자금운용부문에서, 운용사 실사는 여신투자심사부문이 도맡았다. 벤처펀드, 사모펀드(PEF) 등 대체투자상품 관련 출자사업은 자금운용부문의 투자금융본부에서 총괄하고 있지만 여신투자심사부문에서 심사 권한의 필요성을 피력하면서 운용사 실사 단계를 추가했다.
여신투자심사부문 산하 여신투자심사본부가 꾸린 여신투자심사위원회는 AFWP-CLSA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를 최종 GP로 승인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거론했다고 한다. 다만 여러 검증 과정을 거쳐 뽑힌 우선협상대상자를 떨어뜨리기엔 사유가 충분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심사 권한을 두고 주도권 다툼을 벌인 만큼 조직 내부의 알력이 운용사 선정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민간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에서 자산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위"라면서 "신협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상대로 한 번 더 심사를 진행하는 등 검증 체계를 세분화한 부분도 신중한 투자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자사업에서 운용사들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사의 펀드 운용 역량을 입증하려 애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특히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전제로 하는 VC업계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게 리스크 수준을 돌연 문제 삼는 건 일반적이진 않다"면서 "정치적 요인의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투자금융본부는 정량평가에서 ▲경영안정성(유동비율, 부채비율, GP출자비율 등) ▲운용조직 및 인력 ▲운용성과 등을, 정성평가에서 ▲운용프로세스 ▲위험관리체계 등을 살폈다. 이후 구술평가에서 외부인사 4명과 내부인사 3명 등으로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운용사 안정성 ▲운용전략 ▲위험관리방안 ▲투자의사결정체계 ▲운용인력 ▲운용성과 ▲계약조건 등을 검토했다. 투자금융본부와 여신투자심사본부가 운용사 선정에 이견을 보이면서 지원한 회사뿐 아니라 신협도 심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소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AFWP-CLSA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의 탈락 원인으로 정성희 AFWP 전 대표의 해임을 꼽고 있다. AFWP는 지난 2월 정성희 전 대표를 '상법 및 정관상 이사로서의 의무 이행 해태'를 이유로 해임하고 김경민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이는 정성희 전 대표의 이중 취업 사실이 적발됨에 따른 결과로 파악된다. 다만 이번 출자사업에서 신협의 심사위원진들은 AFWP 측을 통해 관련 소식에 대해 고지를 받은 이후 심사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