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HLB인베스트먼트가 초기 기업 육성 권한인 창업기획자(AC) 자격을 스스로 내려놓은 지 1년 만에 모태펀드 창업초기 트랙에 지원하면서 정부 자금을 타내기 위해 하우스의 정체성을 수시로 바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적 의무는 피하면서 실익만 챙기려 한다는 비판이다.
15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HL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창업초기 루키 분야에 도전장을 냈는데, 해당 분야는 1000억원을 출자해 총 1667억원 규모의 자조합을 결성하는 사업이다. HLB인베스트먼트는 숏리스트를 통과한 노보섹인베스트먼트와 모비딕벤처스 등 15개사와 함께 운용사 지위를 두고 다투게 됐다.
하지만 이번 행보는 이 하우스가 지난해 내린 결정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HLB인베는 지난해 창업기획자 자격 없이도 초기 투자가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AC 자격을 자진 반납했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는 이를 초기 기업 보육보다는 전문적인 벤처캐피탈(VC) 영역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에 지원한 창업초기 루키 트랙은 성격이 다르다. 약정 총액의 60% 이상을 업력 3년 이내 기업이나 매출 20억원 이하 기업에 부어야 한다. 사실상 AC 본연의 역할이 강제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HLB인베가 규제는 피하고 혜택만 누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AC 라이선스를 유지하면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종 관리 감독과 초기 투자 의무 비율을 준수해야 한다. HLB인베는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하고자 자격을 반납했다. 그런데 정작 정책 자금을 배분 받을 때는 다시 초기 기업 투자라는 명분을 내세운 셈이다. 전략적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하우스의 펀드레이징 이력도 논란을 키운다. HLB인베는 2021년 설립 이후 그룹 자금으로만 펀드를 운영해 왔다. 이른바 '에이치엘비아이 알밤 제1호 투자조합'이 하우스의 유일한 운용 자산이다. 외부 출자자(LP)를 모집해 본 경험이 전혀 없다. 하우스는 지난해에도 모태펀드 바이오와 창업초기 소형 분야에 지원했으나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는 모회사인 HLB가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서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루키 트랙의 취지를 고려하면 HLB라는 배경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해당 트랙은 펀드레이징 능력이 부족한 신생 하우스들에 마중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계됐다. 거대 바이오 그룹의 계열사가 굳이 이곳에 지원해 다른 신생 VC들과 경쟁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이다. 특히 HLB인베가 그룹의 전략적 투자(SI) 기능을 주로 수행해왔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정책 자금이 스타트업의 순수한 성장이 아닌 그룹의 사세 확장을 위한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AC 자격은 본질적으로 업력 3년 이내 기업 등 극초기 구간을 발굴하고 피투자사의 성장을 견인하는 육성형 투자자 성격을 전제로 한다"며 "스스로 AC 타이틀을 내려놓는 것은 육성 역할을 제도적으로 수행하지 않겠다는 뜻인데 초기 투자에 따른 책임과 의무는 덜어내면서 정책자금 트랙에는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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