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성희 산업2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풀어놓겠다. 2017년 여름은 나에게 잊지 못할 계절이다. 월세라도 아껴보겠다고 나이 서른이 훌쩍 넘도록 부모님 댁에 얹혀 살던 캥거루족 신세를 청산한 때였다. 비록 청약에 당첨된 아파트는 경기도 시흥시 지역 소재라 서울권 출퇴근이 불편할 것은 예상했지만, 신안산선 개통이라는 희망에 망설임 없이 입주를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작 2019년 착공식이 이뤄졌고 본격 첫 삽은 2020년 5월에야 뜰 수 있었다. 예상 개통 시기도 2024년으로 미뤄졌다. 착공 자체가 최초 계획 21년 만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업이었다. 그런데 2024년 2월 공사 구간 전체적으로 공정률이 낮아 예정된 시기 준공과 개통이 힘들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시행사인 넥스트레인 측이 신안산선 건설 과정에서 인허가 보상 지연 및 건물형 출입구 최초 적용 등 이유로 공사 지연이 불가피해 2029년 4월 개통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광명 시흥 민심도 심상찮았고 여론도 들끓었다. 결국 그 해 7월 국토교통부와 넥스트레인은 2026년 12월로 공사기간 20개월 연장에 합의했다. 당초 48개월 연장될 뻔한 공사가 20개월로 단축됐다는 것을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서울 강북권으로 출퇴근하면서 길에서 버리는 시간은 왕복 3시간이 기본이었다. 길이라도 막히는 날엔 4시간도 소요됐다. 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나는 2024년 하반기 이사를 결정했다. 경기러의 숙명은 벗어날 수 없었지만 직장까지 대중교통 이용 1시간 이내 거리로 진입했고, 내 삶의 질은 높아졌다. 신안산선의 희망고문에서 벗어난 후 심리적 짐도 내려놓게 됐다.
얼마 전 신안산선 사고 소식을 접했다. 공사 중 터널이 붕괴한 것으로, 인명 피해까지 동반한 안타까운 사고다. 신안산선 5-2구간 사고 발생 전 지하터널에서 다수 균열이 발견돼 작업을 중단하고 국토교통부와 함께 원인분석 및 안전진단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현장 관계자는 보강공사를 위해 H빔을 지하터널로 내리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출입처의 일이 아니더라도 한때 시흥시 주민이었던 입장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전부터 오며 가며 공사 구간의 약한 지반에 대한 우려는 익히 들었었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토목 기술을 보유한 건설사가 어련히 조심하며 공사할 것이라 생각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 중인 상황이라 원인을 단정할 순 없지만,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 속도를 낸 것이 주요 원인일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물론 이해도 간다. 보상 지연과 인허가 문제, 지하 30~60m 땅을 파는 대심도 공사다 보니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는 점 등 다양한 공기 지연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차일피일 미뤄지는 공사에 마음은 급해졌을 것이고, 2024년 공사지연 예상 기간을 48개월에서 20개월로 단축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결국 사고는 일어났고, 사고 구간 수습과 재공사 등을 고려하면 신안산선 개통 시기는 더 늦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현시점에서 신안산선의 개통 시기를 점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위해 시간을 들여야 한다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이제 시흥 시민이 아니라서 쉽게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결국 경기 안산과 시흥, 광명시 주민들의 서울 접근성을 높여 줄 철도인데, 개통 후 안전에 대한 불안감 없이 오랜 기간 시민의 발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신안산선의 개통을 바라 온 경기도 서남부 시민들로선 오매불망 기다림의 시간일 테지만 또다시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막아야 할 테다. 시기를 예상할 순 없지만 신안산선이 사고 없이 무사히 준공되길 바란다. 그리고 훗날 신안산선 개통식이 열린다면 멀리서나마 박수치며 축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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