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부국장] 대표적인 김치코인(한국에서 개발·발행된 코인) '위믹스'가 최근 가상자산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섰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 해킹으로 인해 특정 서비스에서 일부 위믹스가 탈취되면서 시작됐다. 피해 규모는 약 90억원 상당이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정보공시 지연과 보안 취약성을 이유로 3월 말 위믹스를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한 데 이어 4월2일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는 2022년 '유통량 공시 오류'로 인한 첫 번째 상장폐지에 이은 두 번째 결정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전례 없는 첫 '재상폐' 사례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위메이드 측은 해킹 사고 직후 빠르게 대응하고 보안 점검을 완료했음에도, 거래소 측이 일방적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를 곱씹어보면 몇 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의문은 위믹스 상장폐지로 누가 웃는가이다. 외부에서 보면 모두가 피해자인데 피해자들끼리 분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찌보면 위믹스의 발행 주체인 위메이드다. 금전적으로 손실을 입었을 뿐 아니라, 재상폐라는 심각한 타격까지 겪고 있다. 그다음 피해자는 위믹스를 보유한 투자자들이다. 자산가치 하락으로 직접적인 손해를 입었다.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거래소라고 해서 이득을 본 것도 아니다. 위믹스처럼 거래량이 많은 코인이 퇴출되면 그만큼 시장 유동성과 수익성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이 상황에서 혜택을 본 쪽은 해킹으로 금전적 이득을 챙긴 해커들이나, 소송을 대리하는 일부 법무법인일 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해킹을 당한 피해자가 오히려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해킹은 코인 자체의 기술 문제가 아니라, '플레이 브릿지 볼트'라는 내부 지갑 시스템의 보안 관리 실패에서 비롯됐다.

물론 위믹스 재단과 위메이드가 사전보안 조치에 미흡했다는 점은 비판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사이버 해킹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 전반에 걸쳐 항상 존재해온 리스크다. 해킹으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된다면 국내 주요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가까운 예로 SK텔레콤도 해킹을 당해 고객의 유심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됐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의 통신사업자 지위를 박탈하기는커녕, 위약금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비슷한 해킹 사안임에도 국내 가상자산 기업과 전통 통신사가 당국으로부터 받는 '처우'는 이렇게 다르다.

게다가 해킹 대응 책임으로 보자면 위믹스 상장폐지를 결정한 DAXA 소속 거래소들이 결코 자유롭지 않다. 빗썸은 2018년 350억원 상당의 XRP 등 가상자산을 해킹당했다. 2019년에는 업비트가 해킹으로 인해 약 150억원 규모의 이더리움이 누출됐다. 거래소 차원의 해킹은 단일 프로젝트보다 훨씬 더 큰 파급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개별 코인의 해킹과는 비교할 부분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 이후 해당 거래소와 코인 프로젝트들이 문을 닫거나 영업정지를 받은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관례를 보면 해킹 사건이 있었던 국내 김치 코인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상장폐지를 당했다. 법원에서도 대부분 거래소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갈라코인과 같은 해외 프로젝트는 해킹 이후에도 국내 원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라는 가혹한 현실을 피해가기도 했다. 과연 국산 김치코인에게 더욱 가혹한 우리의 현실이 지속되는 것이 맞는 지 뒤돌아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