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인 대만 푸본그룹이 지난 10년간 쏟아부은 1조3000억원의 자금 수혈은 푸본현대생명에 '연명'의 시간은 벌어줬지만 '자생력' 확보에는 끝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규모 적자 속 대표이사의 4연임, 부메랑으로 돌아온 퇴직연금, 붕괴된 영업조직까지. 외형을 지탱해온 자본 투입 이면에서 수익 기반과 영업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체질 개선 없는 '자본 링거'식 경영의 한계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딜사이트는 푸본현대생명의 재무 구조와 수익 기반, 경영진 책임론, 지배구조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푸본현대생명의 오락가락한 영업 채널 전략이 결국 '전속 조직 붕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 실적에 치우친 채 방카슈랑스와 GA(독립법인대리점) 채널을 반복적으로 오간 결과, 영업의 근간인 전속 설계사 조직이 사실상 와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전속 기반 붕괴는 단순한 인력 감소를 넘어 '고아계약(담당 설계사가 없는 계약)' 증가와 계약 유지율 악화로 이어지며, 소비자 보호 리스크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15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의 전속 설계사 수는 현대라이프 시절이던 2016년 2291명에서 지난해 말 328명으로 급감했다. 9년 만에 85% 이상 조직이 사라진 것으로, 사실상 전속 채널이 기능을 상실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1년 새 감소세도 가파르다. 2024년 373명에서 1년 만에 12.1%가 줄었다. 조직 축소가 구조적인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조직 안정성을 보여주는 '13월차 설계사 정착률' 역시 업계 대비 크게 뒤처진다. 지난해 푸본현대생명의 정착률은 27%로 전년(28.3%)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신규 설계사 4명 중 3명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이탈했다는 의미다. 이는 같은 외국계 생보사인 메트라이프생명(43.1%), AIA생명(30.7%)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업계는 이 같은 전속 조직 붕괴의 배경으로 경영진의 일관성 없는 채널 전략을 지목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2016년 8825억원에서 2018년 0원으로 중단됐다가, 2022년 1조309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다시 2024년 5154억원, 2025년 2565억원으로 급감했다.
방카슈랑스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전략' 속에서 전속 설계사 조직은 방향성을 상실했고, 결국 대규모 이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뒤늦게 GA 채널 확대에 나서며 과도한 시책(판매 촉진비) 경쟁에 뛰어든 점도 전속 조직 이탈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외부 채널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내부 조직의 입지는 약화되고, 이는 다시 인력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영업 전략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회사의 근간인 전속 조직이 서서히 무너졌다"며 "전속 기반이 와해된 상황에서 외부 GA에 무리하게 의존한 것이 내부 조직의 결속력을 더욱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전속 조직 붕괴가 고객 관리 부실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담당 설계사가 없는 '고아계약'이 증가하면서 계약 유지율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실제 효력상실해약률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의 효력상실해약률은 2024년 10.9%에서 2025년 14.6%로 1년 만에 3.7%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업계 평균은 8.1%에서 7.7%로 오히려 하락했다. 업계가 안정화되는 흐름과 정반대로, 푸본현대생명은 고객 이탈 가속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업계 평균 대비 두 배에 가까운 해약률은 고객 관리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탈한 설계사로 인한 불완전판매 리스크다. 설계사들이 기존 계약을 해지시키고 타사 상품으로 갈아타게 하는 '불법 승환계약(보험 갈아타기)' 유인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푸본현대생명은 관련 이력도 있다. 2021년 기존 계약 수백 건을 부당하게 소멸시킨 뒤 신계약을 청약하게 한 부당 승환계약과 상품 설명의무 위반으로 5000만원의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이어 2024년 12월 금감원의 수시검사에서도 판매 수수료를 노린 부당 승환 행위가 또다시 적발돼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4.6%까지 치솟은 해약률과 처참한 설계사 정착률은 단순한 인력 문제를 넘어, 고객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라며 "내부 통제와 체질 개선 없이 무리하게 외형만 확장한다면 결국 대규모 소비자 피해라는 시한폭탄의 뇌관을 건드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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