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인 대만 푸본그룹이 지난 10년간 쏟아부은 1조3000억원의 자금 수혈은 푸본현대생명에 '연명'의 시간은 벌어줬지만 '자생력' 확보에는 끝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규모 적자 속 대표이사의 4연임, 부메랑으로 돌아온 퇴직연금, 붕괴된 영업조직까지. 외형을 지탱해온 자본 투입 이면에서 수익 기반과 영업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체질 개선 없는 '자본 링거'식 경영의 한계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딜사이트는 푸본현대생명의 재무 구조와 수익 기반, 경영진 책임론, 지배구조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푸본현대생명보험이 4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며 경영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실적 악화와 무관하게 유지되는 경영진 보상 체계를 둘러싼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체질 개선과 쇄신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핵심 임원진은 고액 연봉을 수령하며 자리를 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익은 무너졌지만 보상과 인사는 그대로인 '비대칭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118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427억원) 대비 적자 폭이 2배 이상 확대되며 수익성 악화가 심화됐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신계약 유입과 손실부담계약 감소로 보험손익은 개선됐으나 환율 하락과 평가손실 증가로 투자손실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순한 외부 변수보다 자산운용 전략의 실패와 리스크 관리 부재로 이 같은 실적 악화가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해외자산 및 대체투자를 중심으로 한 평가손실 확대가 실적 변동성을 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푸본현대생명의 실적 흐름은 초기 흑자 기조에서 회계제도 전환 이후 급격히 꺾인 구조를 보인다. 이재원 대표 취임 이후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흑자를 유지하며 최대 183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을 앞둔 2022년(-2109억원)을 기점으로 실적이 급락, 2023년(-1105억원), 2024년(-427억원), 2025년(-1187억원)까지 4년 연속 대규모 적자가 이어졌다. 이 기간 누적 순손실은 약 1900억원을 넘어섰다. 과거 벌어들인 이익을 최근 수년간 사실상 모두 소진하고도 추가 손실이 누적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경영진 보상과 인사 체계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총 12억61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기본급 6억원에 더해 성과급 3억5300만원, 기타 근로소득 3억800만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2021년 이후 매년 10억원을 웃도는 고액 보수가 유지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성과급 지급 배경으로 '불안정한 금융시장 대응', 'GA채널 시스템 개선', '감독당국 규제 대응 및 K-ICS 비율 개선'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해당 평가 대상 기간인 2024년 역시 42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적자 연도였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 특성상 건전성 지표(K-ICS·킥스)나 제도 대응 성과가 반영될 수는 있지만, 손익 악화와 괴리된 정성적 평가 중심 보상 구조가 과도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2024년 9월 4연임에 성공하며 2027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누적 적자가 확대되는 국면에서도 CEO 연임과 13억원에 달하는 고액 보수가 동시에 유지되는 구조는 통상적인 주주가치 관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푸본현대생명의 성과 보상 체계가 기형적이라는 지적이다.
대체투자 실적 악화를 야기한 핵심 임원진에 대한 책임 추궁 역시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공시된 임원 책무 변경 내용을 보면 자산운용과 재무를 총괄한 주요 임원들은 별도 문책 없이 유임되거나 일부 역할만 조정되는 데 그쳤다.
특히 자산운용을 총괄한 류옥사 자산운용본부장(상무)은 지난해 5억72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으며, 이 가운데 2억6100만원이 성과급이다. 푸폰현대생명은 "자산배분 및 투자전략을 통해 운용 수익에 기여했다"고 평가했지만, 대규모 투자손실로 회사 전체 실적이 훼손된 상황과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실적 부진→보상 유지→책임 부재'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내부 긴장감과 외부 신뢰가 동시에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누적 손실이 1900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CEO 연임과 고액 보수가 이어지는 것은 일반적인 주식회사 지배구조와는 거리가 있다"며 "경영진의 책임 경영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턴어라운드 기대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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