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푸본현대생명보험의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고금리 퇴직연금 역마진 여파로 3년 연속 대규모 적자가 이어진 데다, 자본규제 강화에 따른 중장기적 관리 부담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푸본현대생명의 무보증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험금지급능력등급(IFSR·A+)과 무보증후순위사채(A)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양사는 공통으로 저조한 수익성 지속과 실질 자본력 약화를 핵심 배경으로 지목했다. 한기평은 실제 등급 강등에 나섰고, 나신평은 향후 추가 하향 가능성을 반영해 전망을 조정한 셈이다.
등급 하향 배경에는 만성적인 실적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푸본현대생명의 당기순손실은 1187억원으로 전년(-340억원) 대비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되며 3년 연속 순손실 기조를 이어갔다. 2022년 하반기 시중금리 급등기에 판매한 고금리 퇴직연금 부채에서 발생한 이차역마진 부담이 지속된 데다, 외환 관련 손실과 수익증권 평가손실 등이 겹치며 투자손익에서만 148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본업인 보험영업 부문의 이익창출력도 취약하다는 평가다. IFRS17 체제에서 핵심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계약서비스마진(CSM)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CSM 잔액은 1907억원으로 전년 대비 484억원 증가했지만, 여전히 생보업계 최하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간 CSM 상각이익은 2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연평균 169억원)인 반면, 과거 판매한 저축성보험 등에서 발생하는 손실부담계약비용은 연평균 549억원에 달했다. 보험영업 자체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에 따른 투자손익 악화를 흡수하기 어려운 수익 구조인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보험손익 적자가 이어지고 있으며 저조한 수익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계열의 재무적 지원으로 자기자본이 확충됐으나 자기자본 관리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등급전망 하향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자본확충에도 실질 자본력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12월 대만 모기업 푸본생명으로부터 7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지원받았다. 이에 따라 경과조치 적용 후 지난해 말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252.1%로 전년 말 대비 95%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이는 감독당국의 경과조치 효과가 반영된 수치라는 점에서 실제 자본여력을 온전히 보여주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경과조치 적용 전 킥스비율은 56.0%로 규제 기준치인 100%를 크게 밑돈다. 가용자본 및 요구자본 전반에 걸쳐 선택적 경과조치를 대부분 적용받고 있어 경과조치 전·후 지표 간의 괴리가 극심하다는 지적이다.
향후 자본관리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경과조치 효과가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가운데 기발행 자본성증권의 콜옵션 시점도 순차적으로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9월 950억원 규모 후순위채 조기상환(콜옵션) 일정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추가 자본성증권 발행 여력이 제한적인 탓에 차환을 통한 자본비율 방어도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오는 2027년 도입 예정인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 역시 중장기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경과조치 적용 후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147%로 규제 기준선인 50%를 크게 웃돈다. 그러나 자본감소분 경과조치 효과를 제거하면 12%, 요구자본 경과조치까지 제외하면 6% 수준에 불과하다. 형식상 규제 비율은 충족하고 있지만, 경과조치 의존도를 제외하면 실질 자본건전성은 상당히 취약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퇴직연금 이자부담과 투자성과 부진으로 대규모 적자가 시현됐고, CSM 규모가 미미해 수익구조상 높은 이익변동성이 내재돼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자본관리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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