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인 대만 푸본그룹이 지난 10년간 쏟아부은 1조3000억원의 자금 수혈은 푸본현대생명에 '연명'의 시간은 벌어줬지만 '자생력' 확보에는 끝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규모 적자 속 대표이사의 4연임, 부메랑으로 돌아온 퇴직연금, 붕괴된 영업조직까지. 외형을 지탱해온 자본 투입 이면에서 수익 기반과 영업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체질 개선 없는 '자본 링거'식 경영의 한계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딜사이트는 푸본현대생명의 재무 구조와 수익 기반, 경영진 책임론, 지배구조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푸본현대생명이 영업활동을 통한 자생력 확보에 실패한 채, 대주주의 자금 수혈에 의존하는 '자본 의존형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수익 창출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건전성 지표를 맞추기 위해 반복적으로 유상증자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누적된 결손금으로 배당이 사실상 불가능한 가운데 자체 이익 창출보다는 수천억원대 자본 확충으로 재무 지표를 방어하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점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누적 결손금은 5003억원에 달한다. 결손금 누적으로 배당 재원 자체가 부재한 상태로, 이익잉여금 축적은커녕 자본 잠식 부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을 하기 위해서는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이익잉여금)'이 존재해야 한다.
이로 인해 외국계 보험사에 흔히 제기되는 '고배당에 따른 국부 유출' 논란조차 푸본현대생명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배당을 통한 이익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대주주는 일방적인 자금 공급자 역할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인 대만 푸본그룹은 2015년 이후 한국 시장에 약 1조3000억원을 투입했지만, 현재까지 배당을 통한 회수는 전무하다. 영업 활동을 통한 자산 축적이 아닌 대주주의 유상증자(납입자본금) 확대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단행된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미래 성장 투자라기보다 '건전성 방어'를 위한 긴급 처방에 가까웠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자금 수혈 직전인 지난해 3분기 기준 금융당국 경과조치를 제외한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2.9%까지 추락했다. 이는 사실상 지급여력 기능이 붕괴된 수준으로, 정상적인 보험 영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수치다.
7000억원을 수혈받은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경과조치 이전 킥스 비율은 56%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는 물론 법정 최소 기준(100%)에도 크게 못 미친다. 대규모 자본 확충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지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자본 확충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업 기반에서 창출되는 이익이 아닌 외부 자본에 의존해 건전성을 유지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자본 투입→건전성 방어→수익성 미개선→추가 자본 필요'의 악순환이 굳어지고 있다.
이러한 재무 구조는 신용도 하락으로 직결됐다. 지난해 푸본현대생명은 자본 부담과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하향 조정됐고, 한국기업평가 역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신용도 하락은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 발행 시 가산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다시 이자비용 부담 확대와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는 또 다른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대주주인 푸본그룹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기도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푸본현대생명은 자체적인 영업과 이익 창출로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대주주의 자본 수혈로 위기를 넘기고 있는 상태"라며 "근본적인 수익 구조 개선 없이 자본 확충에만 의존할 경우, 대주주의 추가 지원 여력과 인내심 역시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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