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메모리 반도체 쇼티지 상황이 지속되면서 생산량을 늘려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팹(Fab) 건설 속도전 경쟁을 치르고 있다. 양측 모두 기존 예정보다 반도체 팹 공사 기한을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 일부 건자재의 경우 물량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양사가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해 사실상 '속도전 체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건자재의 경우는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해 미리 선점하지 못한 기업은 공사 기간이 연장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양사 간의 물밑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팹 건설 일정 단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측 모두 공사 기한을 예정보다 줄이면서까지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증축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P5 팹1 공사를 진행 중이며, 오는 7월에는 P6(P5 팹2) 착공도 앞두고 있다. 두 공장을 동시에 쌓아 올리는 작업이 이뤄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P5 팹1의 공사 기한을 기존 계획 대비 절반 이상 단축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다양한 공법을 논의하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본공사를 본격 재개했으며, 당초 2028년 하반기 완공이 예상됐다. 다만 공기 단축이 현실화될 경우 2027년 가동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물산은 P5 팹1 시공을 맡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현재 P5 팹1 공기를 예정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최근 공사 현장을 3교대로 운영하면서 철야 작업은 물론 일요일에도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P5 팹2 역시 속도전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7월 본격 착공 이후 연말께 철골 칼럼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반도체 공장 착공은 기초를 다지기 위해 땅에 파일(말뚝)을 박는 항타 작업을 기준으로 본다. 이후 철골 칼럼을 지지하는 앵커볼트를 설치하고 콘크리트 양생 과정을 거치는 만큼, 일정대로 진행될 경우 올해 말에는 칼럼 시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도 이에 뒤처질세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용인 1기팹 골조 1단계 공사를 진행 중이며, 내년 2월 클린룸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기팹은 2개의 골조와 6개의 클린룸으로 구성되며, 클린룸은 각 페이즈별로 순차적으로 공사가 진행된다. 현재는 골조 1단계와 클린룸 1개를 짓는 페이즈1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오는 8월부터는 1기팹 골조 2단계인 페이즈2 착공에도 나설 예정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용인 1기팹 증축을 마무리한 이후 2기팹 착공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미 2기팹 공사 스케줄 조율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동시에 1기팹 클린룸 공사 속도를 높이기 위해 페이즈2와 페이즈4 조직도 선제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현장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공장 공사를 '슈퍼 패스트 트랙(Super Fast Track)' 방식으로 추진하려 한다"며 "시공 BIM팀도 오는 7월까지 페이즈4 조직까지 모두 꾸려질 예정으로, 관련 조직이 구축되면 사실상 두 달 뒤부터는 클린룸 시공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사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 선점을 위한 캐파 증설 경쟁을 벌이면서 건자재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공장 건설에 활용되는 일부 철골 제품을 강구조물 전문업체 센코어테크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센코어테크는 공사 기간 단축이 가능한 특허 공법을 일부 제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이천 M16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무3동 공사 등에도 납품된 바 있다.
삼성전자는 P5 팹1과 P5 팹2 사이에 들어서는 복합동에 센코어테크의 PC 거더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C 거더는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콘크리트 보로, 칼럼 사이를 수평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센코어테크가 SK하이닉스에 물량을 우선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삼성전자에 납품될 PC 거더 제작 일정이 일부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관계자는 "센코어테크는 SK하이닉스 공급 물량 비중이 더 큰 것으로 안다"며 "삼성이 이번 복합동 공사에 센코어테크 제품을 적용하면서 양사가 같은 건자재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양사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속도전에 나서는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쇼티지 심화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AI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가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일반 D램과 낸드 계약 가격이 전분기 대비 각각 63%, 7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AI 메모리 반도체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수요 확대 국면에서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캐파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양사 역시 최근 열린 1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반도체 팹 건설 계획을 밝히며, 이를 서두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양사 모두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공장 증설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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