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홀딩스가 한진그룹에서 독립한지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는 2014년 한진해운을 한진그룹으로 넘긴 뒤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더군다나 신사업을 전담하는 오너 3세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승계 정당성을 증명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에 딜사이트는 유스홀딩스의 현 상황과 지배구조, 과제 등을 짚어본다.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유수홀딩스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국내 최초의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는 유수홀딩스는 한때 국내 1등 해운사인 한진해운을 거느리며 10조원이 넘는 연 매출을 웃돌았지만, 지금은 2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중견회사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성과가 기대치를 밑돌면서 중장기 성장성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는 점이다. 유수홀딩스는 신사업 발굴로 사업 구조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현 시점에서 자리 잡은 사업은 전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한진그룹에 뿌리, 2세 3남 가문이 승계…2014년 경영권 포기 후 독립
유수홀딩스는 1949년 설립된 대한해운공사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1956년 국내 거래소에 최초로 상장한 회사다. 당시 함께 상장한 12개 기업 중 현 시점까지 생존해 있는 상장사는 4곳에 불과하다. 1980년 대한선주로 이름을 바꿨으며, 1988년 대한상선과 합병 후 한진해운으로 거듭났다. 한진해운은 1992년 국적 선사 최초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을 뿐 아니라 세계 7위 해운사로 고공 성장했다.
한진해운은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3남인 고 조수호 전 회장이 이끌었다. 창업주는 장남인 고 조양호 전 회장에게 대한항공을, 차남 조남호 전 회장에게 한진중공업을, 막내(사남)인 조정호 회장에게 메리츠증권을 각각 나눠줬다. 조수호 전 회장은 부친이 작고한 2002년 한진해운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듬해 맏형인 조양호 전 회장이 한진그룹 회장에 오르자, 조수호 전 회장 역시 회장 직함을 달고 한진해운에서 독자 경영 체제를 완성했다.
하지만 조수호 전 회장 체제는 오래 가지 못했다. 조수호 전 회장이 2006년 지병으로 별세하면서 전업주부였던 최은영 회장이 대권을 이어받은 것이다.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경영에 관여하는 섭정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최 회장이 2008년 대표이사 직까지 오르면서 표면적으로 독립경영을 인정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한진해운은 최 회장 취임 이후 호실적을 거뒀다. 실제로 2007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7%, 148% 증가했다. 2008년에는 매출이 29% 불어난 9조9882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15% 성장한 4064억원으로 집계됐다.
최 회장은 안정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지주사 체제를 구축했다. 주력 사업부문인 해운사업부를 인적분할해 한진해운으로 두고, 지주사 한진해운홀딩스를 세웠다. 최 회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예컨대 최 회장은 2011년 아덴만에서 한진해운 소속 텐진호가 피랍 위기에 내몰렸을 당시 사건 발생 2시간여 만에 곧바로 비상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발 빠른 대처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선원들이 해적 공격을 받은 직후 긴급 피난처로 몸을 숨긴 배경에도 최 회장이 강조해 온 위기 대처 매뉴얼이 주효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계 전반으로 부침이 장기화되면서 경영 위기가 부각되기 시작됐고, 한진해운도 파고에 휩쓸리게 된다. 한진그룹은 1500억원 규모의 긴급 수혈에 나서며 한진해운 살리기에 동참했고, C레벨 교체를 단행하며 계열분리 가능성을 희석시켰다. 최 회장은 결국 2014년 4월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한진해운 지분을 한진그룹으로 넘기기로 결정했고, 반년 만인 그해 10월 사명 한진해운홀딩스를 유수홀딩스로 교체했다. 한진그룹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은 2015년 5월 이뤄졌다.
◆ 사명 변경 후 연매출 5000억원 하회…신사업 줄줄이 '실패'
유수홀딩스는 주력인 해운업을 떼 내면서 3자물류(3PL)의 유수로지스틱스(옛 에이치제이엘케이)와 선박 관리 회사인 유수에스엠, 소프트웨어 개발 등 IT업의 싸이버로지텍 3개사만 지배하게 됐다. 이들 자회사 매출을 다 합쳐도 연간 4000억원이 넘지 못하는 데다, 한진해운 이탈로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신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최 회장은 사명 변경과 함께 "더욱 전문화 되고 미래 지향적인 사업을 중심으로 기존의 사업을 한층 개선해 새로운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모델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총력을 기울었다.
유수홀딩스는 2015년 식품 제조와 판매·수출입을 영위하는 몬도브릿지와 전자상거래, 도소매·무역업 등의 트리플스를 신규 자회사로 설립했다. 몬도브릿지는 커피 프랜즈 사업을 목표로 했으며, 트리플스의 경우 해외 직구 등 이커머스 사업 진출을 위한 발판이었다. 아울러 2021년에는 반려동물 관련 사업의 진저나인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를 밑돈 것으로 파악된다. 예컨대 트리플스는 법인 설립 1년 만에 전액 손상차손 처리되며 2017년 청산됐다. 몬도브릿지도 순손실만 쌓다 2021년 문을 닫았다. 가장 마지막에 세운 진저나인은 지난해 말 청산 작업이 완료됐다.
이렇다 보니 유수홀딩스의 실적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보더라도 연결 매출은 4000억원대 안팎 수준이며, 영업이익도 300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올 상반기에는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말 연결기준 매출 2103억원과 영업이익 1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6% 늘었다. 다만 순이익의 경우 70% 가까이 하락한 53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부분은 수익성이 높은 IT 부문의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종합물류 부문은 매출 1484억원, 영업손익 15억원으로 이익률이 1%에 그치고 있다. 반면 IT 부문은 매출 589억원, 영업손익 125억원으로 이익률이 무려 21.2%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할 때 종합물류 비중은 1.8%포인트(p) 하락한 반면, IT부문은 1.7%p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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