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빗썸이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관련 배상·보상 등 후속 대책에 시장 관심이 모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사고 발생 바로 다음날 저가 매도자를 대상으로 매도차액 전액에 10% 추가 지급을 얹는 파격안을 제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다만 보상 기준 시세가 불명확하고 이용자 계정을 직접 통제해 유령코인을 회수한 점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뉘면서 후폭풍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사고 수습' 수준을 넘어, 거래소의 보상 산정·부당이득 반환·계정 통제 권한 등 제도 공백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앞서 빗썸은 6일 저녁 이벤트 당첨금 지급 과정에서 '원' 단위를 '비트코인' 단위로 잘못 입력하면서 62만개의 비트코인이 오지급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지급된 비트코인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보유 물량(4만2794개) 대비 15배 수준이다.
빗썸은 오지급 직후 코인 대부분을 회수했지만, 가상자산 시장 안정·신뢰성은 크게 휘청였다. 특히 일부 이용자가 오지급 된 비트코인을 즉시 매도하면서 빗썸 내 비트코인 시세가 단기적으로 16%나 급락했다.
◆배상·보상 기준 '깜깜'
이후 빗썸 내 비트코인 시세는 다시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관련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세 급락시 저가 매도에 나선 이용자에 대한 보상 기준은 여전히 전무한 상황이다. 앞서 빗썸은 오지급 사고 시간대에 저가 매도를 단행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매도차액 전액 보상과 10%의 추가 지급을 보장하는 대안을 내놓으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세가 거래소별로 천차만별인 만큼 특정 시세를 산정하는 데 무리가 뒤따를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뿐만 아니다. 오지급 된 비트코인을 현금화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반환 혹은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 앞서 빗썸은 오지급 된 비트코인 62만개 중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99.7%가량을 회수하고 거래가 이뤄진 1788개에 대해서도 이용자 동의를 거쳐 대부분 회수했다. 문제는 일부 이용자가 오지급 된 비트코인을 매도한 뒤 현금화까지 마쳤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경로로 빗썸 밖으로 빠져나간 비트코인은 30억원 규모에 달한다. 만일 빗썸 측의 반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용자들과 법적 다툼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또다른 문제는 규제당국인 금융감독원 측이 '원물 반환'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오지급 비트코인 현금화에 나섰던 이용자들은 거래 차액을 감수하고서라도 비트코인을 다시 매수해 빗썸 측에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9일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서 빗썸이 이벤트 당첨금으로 1인당 2000원 규모를 고지한 만큼 부당이득 반환 대상임은 명백하다. 이 경우 원물 반환이 원칙"이라며 "거래소에 오지급 여부를 확인한 사람들은 잔존금만 주면 되지만 나머지는 책임 문제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매도에 나선 이용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은 분분하다. 일각에선 "과거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건 당시 관련 주식을 매도한 임직원들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벌금형 등을 받았다"며 형사 처벌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반면 한편에선 "현 가상자산이 법정화폐와 동일한 수준으로 취급·보호되기 어려운 만큼 형법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금융당국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사건 경위 등을 먼저 펼쳐놓고 봐야 한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다음 스텝이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인회수 과정은 '찜찜'
아울러 이번 오지급 코인 회수를 하면서 이용자 계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점도 주요 사안 중 하나다. 앞서 빗썸은 오지급 계정을 직접 통제하는 방식으로 '유령코인'을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계정의 거래 및 출금을 제한하면서 사실상의 동결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선 가상자산 거래소와 전통 금융권의 법적 권한에 대한 괴리를 지적하고 나섰다. 은행이 송금 착오로 인해 이용자 계좌 및 자산을 직접 통제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빗썸으로선 단순히 전산 오류에 따른 장부 이상을 정상화한 셈이지만, 이용자 계정을 직접 통제·제한했다는 점에선 논란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기존 거래소에 부여된 '계정 원상복구' 권한 범위가 전통 금융권에 비해 촘촘하거나 세부적이지 않아 자칫하면 이용자 자산·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힘 얻는 기존 금융제도권 입김
이번 사태로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 개선 필요성이 부상하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 51% 룰' 및 '대주주 지분율 제한' 등 거래소 입장과 반하는 산업 규제에 한층 힘이 실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한 올 하반기 국내외로 선거 시즌이 다가오면서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가 초장기전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거래소 대주주 지분 필요성을 한층 역설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도화 작업이 올해를 넘길 것"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새 규제 가능성에 대한 다각 논의가 불가피해지면서 검토 및 조율 과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이유다.
앞서 국회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공공성이 높아짐에 따라 지배구조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유다. 이를 두고 거래소 측은 해외기업 침범 가능성과 글로벌 경쟁력 저하 우려를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해 왔다. 다만 이번 빗썸 사태로 "공공성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관련 규정이 명문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이찬진 금감원장은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인허가 관련 리스크가 발생하도록 하는 규제·감독 체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이번 빗썸 검사 결과를 반영해 2단계 입법 과정에서 강력하게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제도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 속 국내외로 올 하반기 굵직한 선거들이 다가오면서 제도화 작업 전반에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내에선 올 6월 지방선거가, 미국에선 올 11월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특히 글로벌 가상시장 열풍을 주도해 온 미국 현지 상황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만일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으로 올라서게 된다면 가상자산 제도화 속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7월 스테이블코인 관련 '지니어스 법안' 이후 이렇다 할 후속 대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올 초부터 가상자산 제도화에 대한 회의론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최근 빗썸 사태 이후 회의론에 한층 탄력이 붙은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미국이지만, 우리나라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제도화 향방이 결정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안에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업계는 또 다시 수년간 같은 쳇바퀴를 돌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빗썸을 향한 집중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에서 이정훈 빗썸 전 의장의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는 사고 경위 및 지배구조 등 현안 질의를 진행할 전망이다. 해당 현안질의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재원 빗썸 대표 등이 참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공식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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