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경영권 분쟁은 종종 기업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간 감춰져 있던 의사결정 구조와 소통 방식, 그리고 시장을 대하는 태도까지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오른다. 공교롭게도 분쟁 이후에야 기업가치 제고 등의 청사진이 제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개 표 대결을 앞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우호세력 표 몰이를 위한 '대응책'이라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최근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코스닥 상장사가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셋톱박스 제조기업 알로이스다. 발단은 올해 초 신정관 알로이스 대표가 공시한 지분보유 상황 보고서다. 신 대표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자신과 특별관계자인 이시영 연구소장을 함께 묶어 지분 보유 현황을 공개했다. 불과 하루 전 최대주주인 권충식 전 알로이스 대표가 두 사람 특별관계자로 묶어 제출한 보고서와는 상반된 내용이었다.
이후 권 전 대표는 현 이사진의 해임과 신규 이사진의 선임 안건을 이달 말 개최될 정기주총 안건을 상정했다. 동시에 김도현, 이민선, 김민우 씨를 특관자로 묶은 주식 등의 대량보유 상황 보고서도 내놨다. 현 경영진인 신 대표 측과 전 경영진인 권 전 대표 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경영권 분쟁이 공식화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현 경영진 측의 행보다. 우선은 그간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했다. 폐쇄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회사의 비전과 성과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결국 기업가치 저평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주주환원정책 중심의 책임경영을 선언하며 시장과의 소통을 약속했다. 기업설명회(IR) 활동을 강화해 시장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최근 5년 만에 자사주 취득에 나선 점은 분명 변화의 신호로 읽힌다.
다만 아쉬움은 남는다. 이러한 청사진이 경영권 분쟁 이후에야 제시됐다는 점에서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평소에도 충분히 가능했던 소통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야 등장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시장은 계획의 내용뿐 아니라 그 배경과 시점, 그리고 일관성에도 주목한다. '만약 경영권 분쟁이 발발하지 않았다면'이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자회사로 편입시킨 한국파일(옛 성우기업)에 대한 뒤늦은 설명 역시 같은 맥락이다. 최근 알로이스는 자회사 한국파일에 대한 투자 이유와 경영 현황을 공개했다. 여태껏 알로이스는 한국파일 관련 질의에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지속적인 자금 지원 배경에 대한 시장의 의문에도 수년간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말 정기주총을 통해 현 경영진 체제를 갖춘 이후에도 이 같은 기조에는 변화가 없었다.
상장사라는 이유로 자회사나 관계사에 대한 사안을 일일이 공개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 그러나 한국파일에 대한 투자는 그 규모가 상당했던 만큼, 주주 입장에서 중요한 사안이었다. 올해 1분기 기준 알로이스가 한국파일에 대여해준 현금 잔액만 18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 알로이스 자기자본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마저도 지난해 대여금 일부를 출자전환해 상계시키면서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7월 기준 알로이스의 한국파일에 대한 대여금 규모는 약 300억원에 육박했다.
알로이스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단순한 '집안싸움'으로 비춰지는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그간의 침묵이 그러한 해석을 키운 측면이 있다는 점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실제로 알로이스는 경영권 분쟁 이후 입장 확인 요청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당시 IR 부서를 포함해 타 부서 관계자들과의 연결 요청에도 모든 부서가 '바쁘다'는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 기업이 스스로 설명하지 않으면, 그 빈자리는 시장의 합리적 추측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 알로이스의 주주친화적 행보를 두고 시장에서 문제 삼는 건 소통의 타이밍이다. 7년간 '불통 행보'를 이어오던 기업이 경영권 분쟁 이후 주주환원을 선언한 만큼, 그 진정성을 온전히 인정받기 쉽지 않다. 늦은 대응일수록 지속적인 소통으로 신뢰를 입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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