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뉴스 랭킹 이슈 오피니언 포럼
금융 속보창
Site Map
기간 설정
딜스탁론-딜사이트씽크풀스탁론
금융지주 지배구조 단임제가 답일까
안경주 금융부 부국장
2026.02.11 08:25:13
회장 무소불위 권력 논쟁, '임기'보다 중요한 것은 '견제 구조'
이 기사는 2026년 02월 10일 08시 2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경주 금융부 부국장] 금융당국이 최근 KB·신한·하나·우리·농협·iM·BNK·JB금융 등 8개 주요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한 지배구조 특별 점검을 마무리했다. 회장 중심 의사결정 구조가 고착화됐는지, 이사회가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가 형식에 그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금융지주 회장 단임제 도입 검토까지 거론되고 있다.


문제 제기 자체는 타당하다. 일부 금융지주에서 회장을 중심으로 의사결정 구조가 장기간 유지되며, 이사회가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반복돼 왔다. 다만 권력 집중의 원인을 임기에서 찾는 순간, 처방은 본질과 어긋날 위험이 크다.


금융지주 회장이 강해진 것은 오래 재직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권력을 견제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기는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단임제는 표면적으로는 강력한 권력 차단 장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구조적으로는 또 다른 문제를 내포한다. 단임제는 필연적으로 레임덕을 전제로 한 제도다. 임기 중후반으로 갈수록 회장은 중장기 전략보다 임기 내 성과 관리에 집중할 유인이 커진다.

관련기사 more
양종희의 AX 실험, 이창권에게 맡겼다 돋보인 비이자이익 성장…우리금융, 2년 연속 3조 클럽 '국민 배당주' 선언한 KB금융…"주주환원 상단 없다" 하나금융이 쏘아 올린 공…KB·신한·우리 '분리과세' 시험대

실제로 과거 사례를 보면, 일부 금융지주에서는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조직 개편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거나, 차기 경영진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의사결정이 미뤄지기도 했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단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농협중앙회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제로 운영되지만, 그 권한의 범위와 영향력은 오히려 금융지주 회장보다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인사와 조직, 계열사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임기 내에 집중되면서, 견제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을 경우 권력은 더 단기간에 강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단임이라는 제도만으로 권력 집중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금융지주는 단기 성과를 위해 설계된 프로젝트형 조직이 아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보험·증권 계열사의 체질 개선, 디지털과 AI 기반 전환은 물론 정부 정책의 일환인 생산적 금융 역시 대부분 5년 이상을 내다보고 추진되는 과제다.


그럼에도 임기를 단 한 번으로 제한할 경우, 회장은 자연스럽게 '완주할 수 있는 전략'만 선택하게 된다. 결과가 임기 이후에 나타나는 전략은 애초에 후보군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는 전략 부재보다 더 위험한 '전략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이너써클 문제 역시 임기와 직접 연결짓기는 어렵다. 이너써클은 임기가 길어서 생긴다기보다, 이사회와 CEO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질 때 형성된다. 회장이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의 연임과 보수를 평가하는 구조에서는 권력 집중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금융지주에서는 사외이사 구성은 매번 바뀌지만, 회장을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 축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임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이 구조가 자동으로 바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해외 주요 금융그룹의 사례를 보더라도 방향은 다르지 않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단임제를 택하기보다 연임을 전제로 하되, 그 조건을 훨씬 엄격하게 설정한다. 이사회 주도의 성과 평가, 외부 전문가 참여, 투명한 승계 계획이 결합된 구조다. 이 과정에서 10년 이상 CEO로 재직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장기 재임이 문제로 귀결된 사례들의 공통점은 임기 자체가 아니라 견제 장치의 붕괴였다.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오래 앉아 있으면서도 견제받지 않는 것이 문제다.


물론 "그렇다면 연임은 무제한으로 허용하자는 것이냐"는 반론이 뒤따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논점을 다시 한 번 단순화한 질문이다. 연임의 횟수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 연임이 가능해지는 조건과 과정이 투명하고 엄격하게 설계돼 있는지가 본질이다.


연임이 자동 연장되는 구조라면 단임이든 다임이든 문제는 반복된다. 반대로 연임이 매번 실질적인 외부 평가와 이사회 검증을 전제로 한다면, 형식적인 임기 제한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일정 횟수 이상의 연임에 대해서는 평가 기준을 강화하거나, 사외이사 전면 교체 등 추가적인 견제 장치를 결합하는 방식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회장의 임기를 몇 년으로 자를 것인가가 아니다. 그 시간 동안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고, 어떤 절차를 거쳐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지가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질을 좌우한다.


금융지주 회장은 공직자도, 오너도 아니다. 이 애매한 권력을 단순히 임기로 제한하는 방식은 관리하기는 쉬울지 모르지만, 금융산업이 요구하는 장기적 판단과 책임 구조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연임 여부와 관계없이 회장이 매번 시험대에 오르도록 만드는 지배구조, 사외이사가 형식이 아닌 책임을 지는 지배구조, 그리고 승계가 '정해진 수순'이 아니라 공개된 절차가 되는 지배구조가 지금 더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딜사이트S 아카데미 오픈
lock_clock곧 무료로 풀릴 기사
help 딜사이트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트입니다.
무료 회원 가입 후 바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more
딜사이트 회원전용
help 딜사이트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트입니다. 무료 회원 가입 후 바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
Show moreexpand_more
딜사이트 무료 회원제 서비스 개시
Infographic News
그룹별 회사채 발행금액
Issue Today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