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올해 초 도입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가 4대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중심을 자사주에서 현금배당으로 급격히 돌려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한 실적 개선 효과라기보다 세제 변화가 주주환원 전략의 우선순위 자체를 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주주환원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에 우선순위를 뒀던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조차 정책 수혜를 정조준하며 배당 비중을 과반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 발표 결과, 4대 금융 모두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을 염두에 두고 주주환원 전략을 조정했다. 이는 2024년 상반기 밸류업 공시와 IR에서 제시했던 기존 구상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일정 수준의 주가순자산비율(PBR)에 도달할 때까지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중장기적으로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지난해 상반기까지의 구상에서 벗어나 배당 확대 시점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전략이 수정된 것이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지난해 거둬들인 순이익의 절반 이상인 3조600억원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며 총주주환원율 52.4%를 기록했다. 현금배당은 1조5800억원으로 전체의 51.6%를 차지했고 자사주 매입·소각은 1조4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자사주 비중을 55% 안팎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결산 기준에서는 배당이 자사주를 앞질렀다.
이는 KB금융이 밸류업 공시에서 제시했던 단계적 주주환원 전략의 우선순위가 조정된 결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PBR 1배 도달 전까지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당가치(EPS) 성장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PBR이 1배에 근접하는 흐름 속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되며, 배당 확대의 실익이 커졌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 역시 당초 예상보다 주주환원에서 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신한금융의 2025년 주주환원 총액은 2조5000억원, 총주주환원율은 50.2%로 집계됐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각각 1조2500억원씩 활용하며 결과적으로 배당과 자사주가 '50대 50'으로 균형을 이뤘다. 배당성향도 25.1%를 기록하며 분리과세 대상기업 요건을 충족했다.
신한금융은 과거 대규모 유상증자로 늘어난 유통주식 수를 줄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을 주주환원의 중심에 두고 있다. 실제 2027년까지 유통주식 수를 4억5000만주로 감축한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주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이 커지면서 4분기 배당 규모를 전략적으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기존의 배당 중심 전략을 유지하면서 환원 규모 자체를 키우는 방식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했다. 지난해 우리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36.5%로 파악됐다. 현금배당 9989억원, 자사주 매입·소각 1500억원 등 모두 1조1489억원을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자본준비금을 활용한 감액배당(비과세배당)을 실시하며 주주들이 체감하는 실질 환원 효과를 대폭 끌어올렸다.
반면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현금배당 비중이 지난해 초 예상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의 2025년 주주환원 총액은 1조8720억원으로 이 중 현금배당은 1조1180억원, 자사주 매입·소각은 7540억 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도 4분기 배당금을 대폭 늘리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했지만,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가로 결정하면서 상대적으로 배당 비중은 축소된 모습이다. 주가 수준과 자본 여력 등을 고려해 자사주 환원을 병행하는 전략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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