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대한민국 군의 탄약고를 책임지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풍산의 방산 수익이 국내 방산 생태계 재투자보다 미국 법인의 부실을 메우는 '완충재'로 소모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출 비중은 구리 가공(신동) 부문이 압도적이지만, 실질적인 현금은 방산에서 창출되어 미국 현지 법인으로 흐르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겉으로 보는 풍산의 주력은 매출의 약 71%를 차지하는 신동 부문이다. 하지만 2024년 연결 기준 풍산의 전체 영업이익(3238억원) 중 방산 부문이 벌어들인 돈은 무려 2863억원(약 88.4%)에 달한다. 반면 신동 부문은 구리 가격 변동에 따른 '메탈 로스' 리스크에 노출되며 이익률이 1% 내외에 머물고 있다. 원재료인 구리 가격이 하락할 때 비싸게 산 재고가 손실로 변하는 리스크에 상시 도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풍산이 최대주주인 풍산홀딩스에 지급한 배당금은 지난해 127억원에서 올해 276억원(3분기 누적 기준)으로 2배 이상 폭증했다. 해외 법인 지원 등 현금의 실질적 원천은 '국민 세금' 성격이 짙은 내수 탄약과 K-방산 수출 호재로 거둔 방산 수익인 셈이다.
방산에서 번 현금이 해외로 나가는 가장 큰 창구는 미국 현지 법인인 PMX 인더스트리(PMX Industries)다. 기업이 해외 자회사의 채무에 지급보증을 서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PMX의 경우 재무 상태가 심폐소생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 PMX는 미국의 '신동(구리 가공) 법인이다.
PMX는 누적 적자가 3468억원에 달하며, 2024년에도 21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풍산 본체는 이 법인이 외부에서 돈을 빌릴 때 담보를 서주는 지급보증액을 지난해보다 219억원 늘려 현재 2293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사실상 국내 탄약 사업으로 거둔 알짜 수익이 미국 법인의 재무 리스크를 떠받치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본사의 지원 없이는 법인 유지가 어려운 구조다.
주목할 점은 이같은 본사의 전폭적인 자금 지원을 받는 PMX의 중심에 류진 회장의 장남이자 미국 국적인 로이스 류(류성곤) 씨가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PMX의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그는 미국 현지에서 경영 실적을 쌓고 있다.
업계에서는 본사의 대규모 채무보증과 지원을 통해 PMX의 재무 구조를 떠받치는 것이 결과적으로 후계자의 경영 능력을 인위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승계 징검다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 군의 탄약 납품 대금과 수출 이익이 미국인 후계자의 재무적 성적표를 관리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더 심각한 것은 안보 자산의 통제권 문제다. 로이스 류 부사장은 한국 국적을 포기한 미국 시민권자로, 지주사인 풍산홀딩스 지분을 확보해 방산업체인 풍산을 간접 지배하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방위산업법 제35조에 따르면 매매나 상속 등 사유로 경영 지배권의 실질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경우 지주사를 통한 간접 지배라 하더라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대상"이라고 명확히 했다. 풍산의 승계 작업이 단순히 총수 일가의 결정을 넘어 정부의 승인이라는 법적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 국적 후계자가 경영권을 쥘 경우 핵심 방산 기술 보호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위산업기술 보호법에 따라 핵심 기술 유출 방지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는데, 주요 활동 기반이 미국인 외국인 경영자에게 실질적인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청 측은 "방산기술보호 지침에 따라 외국인의 기술 취급 범위를 한정하고 기술보호 서약서를 집행하는 등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며 "유출 시 방산기술보호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고 말했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어떤 경우라도 국가 안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지 않도록, 산업부와 방사청 등 관계 당국의 더욱 엄격한 적격성 심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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