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딥엑스가 드론이나 로보틱스에 필요한 저전력 피지컬 AI칩 양산이라는 고유한 영역을 개척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엔비디아를 따라갈 컴퓨팅 신경망 처리장치(Neural Processing Unit, NPU) 기업으로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에 이어 3대 하우스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다.
9일 AI와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딥엑스는 애플 M1 칩 설계에 참여한 김녹원 대표가 삼성전자 출신 김정욱·권태휘 부사장 등 반도체 전문가와 2018년 창업한 기업으로, 최근 국내외 고객사들이 기술을 인정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딥엑스는 사실 7년 전 창업 첫 해부터 팁스(TIPS) 창업 사업화 과제와 해외 마케팅 과제를 연이어 수주해 기술 상용화와 해외 진출 가능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하지만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이 몰아쳤고, 2~3년 간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기술력을 인정받아 소형 임베디드 기기에 필요한 칩메이커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실제적인 전환점은 2021년이었다. 당시 DX-M1·H1·L1·L2 등 NPU 4종을 공식 출시한 뒤 데이터센터에 머물던 AI 연산을 로봇·카메라·산업장비 등 전력·발열·비용 제약이 큰 물리 환경으로 확장하는 선택을 내렸다. 현장 실시간 추론을 구현하는 전략에 기술을 집중하면서 기술 차별화를 구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3년은 기술 검증에서 상용 검증으로 넘어간 분기점이었다. 당시 3월에는 NPU 4종의 MPW 기반 엔지니어링 샘플(ES) 출시를 알리며 고객 테스트 단계에 진입했다. 이 결과 국내에서 기술 검증을 마친 현대자동차와 포스코DX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같은 해 특허청 주관 '발명의 날'에서는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며 경쟁력을 국가로부터 입증받기도 했다.
◆ 데이터센터 AI 연산…로봇·카메라·산업장비 확장
딥엑스는 이 당시부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환경별로 설계했다. 저전력 AI 반도체 DX-M1은 낮은 전력으로도 높은 성능을 구현해 로봇·CCTV·드론 같은 소형 임베디드 기기에 손쉽게 탑재할 수 있다. 고성능 컴퓨팅용 DX-H1 쿼트로(Quattro)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전력 효율이 10배 이상 높고 가격은 1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라인업을 바탕으로 회사는 성능과 비용을 동시에 중시하는 엣지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의 사업 확장성은 로봇 분야에서 먼저 가시화했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과 3년 협업을 통해 로봇용 온디바이스 '엣지 브레인' 칩 양산 개시를 발표하면서 성과를 알렸다. 최근에는 적용 범위를 공장·빌딩·물류·모빌리티로 넓히는 로드맵까지 내놓은 상태다. 해외 시장에서는 미국에 맞서 자국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과 교류하며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딥엑스는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와 광학문자인식(OCR)을 넘어 드론·로보틱스 분야로 협업 범위를 넓혔다. 국내를 넘어 세계 최대 AI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도 관련 반도체 상용화 접점을 빠르게 확대하는 모습이다. 바이두는 지난 5일 자신들이 주최한 AI 생태계 콘퍼런스 모멘트 2026(Moment 2026)에서 딥엑스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한 산업 응용 혁신상을 수여했다.
바이두가 수여한 상의 핵심은 저전력이라는 기술로 대변할 수 있다. 회사는 기존 DX-M1에 최적화한 문서 인식 솔루션 '독마인드(DocMind)'를 공개했는데, 이는 소비전력 5와트(W) 이하의 저전력으로도 기존 GPU 대비 뛰어난 성능과 비용 효율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300W 이상의 고성능 GPU 인프라가 필요했던 산업용 문서 인식·분석 AI를 저발열·고신뢰성 구조로 구현해 현장 적용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 5년 65배 성장…신한 모험자본 15억 1000억 가치
딥엑스가 국내 대표 AI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회사의 기업가치를 일찍이 알아본 투자사들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회사는 창업 이듬해인 2019년 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진행했는데 여기에 국내 금융권이 모험자본의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자금조달을 지원한 것이다.
당시 초기 투자사로 한국산업은행과 캡스톤파트너스, 신한은행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스타트업에 대한 은행의 직접 투자가 흔치 않은 시기에 신한은행은 고유계정(PI)으로 15억원을 대며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통상 은행권은 현금흐름 가시성이 높은 자산을 선호하면서 벤처 투자는 꺼린다. 그러나 신한은 기존 은행권의 투자 문법과는 다른 판단을 내렸는데, 이는 딥엑스의 기술력을 알아본 이후 이들이 성장할수록 주주사로서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다는 판단 덕분이다. 신한 입장에서는 예상이 맞을 경우 투자자산 가치 상승을 통해 비이자이익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종합적으로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IB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투자보다 이른 시점인 2015년부터 행내에서는 기술경쟁력이나 기술사업화 역량 등을 평가해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지분투자를 하고 있었다"며 "당시 기술도 마땅히 증명할 수 없었지만 그를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김녹원 대표 이하 파트너들을 신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딥엑스는 시리즈A 유치 이후 2021년 시리즈B(210억원), 2024년 시리즈C(1100억원) 투자 유치를 잇달아 성공했다. 프리 밸류에이션은 100억원에서 6500억원으로 뛰어 5년 만에 기업가치가 65배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딥엑스는 이제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상용화 가능성과 시장 확장성이 동시에 인정받은 하우스로 평가된다. VC 관계자는 "특히 대규모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제품 고도화와 사업 확장에 필요한 성장 자본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이라며 "향후 고객사 확대와 매출 가시화 속도에 따라 기업가치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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