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보장성보험 중심 영업 확대와 자산운용 다변화로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비용 부담 증가와 자산 리스크, 지배구조 논란이 동시에 부각되며 성장 전략이 실제 체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주요 경영 지표를 통해 흥국생명의 성장 기반과 향후 여력을 점검했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강울 기자] 흥국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무산 이후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외형은 빠르게 커졌지만 비용과 보험금 부담 확대로 보험 본업의 수익성은 업계 평균을 밑도는 상황에서, 이번 인수 시도가 단순한 투자 검토를 넘어 수익 구조 보완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해 12월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과정과 관련해 최대주주와 주간사 모건스탠리 관계자 등 5명을 공정 입찰 방해 및 사기적 부정거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거래 무산 이후 통상적인 협상 종료 수순을 넘어 형사 고소로까지 이어진 점은, 이번 인수가 흥국생명 경영 전략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을 방증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당시 흥국생명은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통해 대체투자 운용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웠다.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투자자(SI)로서 장기 보유 의지를 강조하며 인수전에 적극 참여했다. 그러나 본입찰 이후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는 무산됐다. 흥국생명은 매각 주간사가 기존 입장을 번복했고 입찰 가격이 유출됐다며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
업계에서는 흥국생명이 인수 무산 이후에도 법적 대응에 나선 점을 두고 대체투자 전략의 중요성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단순 투자 검토 차원이었다면 협상 종료로 정리됐을 사안이 고소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다. 본업 수익성 개선이 제한된 상황에서 자산운용 부문의 안정성과 통제력 확보가 더 시급해졌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흥국생명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배경에는 외형 성장 속도에 비해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 체력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 부담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인수 시도는 단순한 자산 확대보다는 대체투자 운용 기능을 내부화해 투자 손익 변동성을 줄이고, 리스크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다.
이는 보험 본업의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흥국생명은 CSM이 빠르게 늘며 성장 지표는 개선됐지만, 사업비와 보험금 지급 증가로 보험손익률은 업계 평균을 하회했다. 본업에서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손익 의존도가 높아졌고, 그 결과 대체투자 비중 역시 빠르게 확대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무산 이후 강경 대응은 자산운용 리스크 관리 구상이 좌절된 데 따른 부담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 대응이 단순한 책임 공방을 넘어, 자산운용 리스크 관리 구상이 좌절된 데 따른 내부 부담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수치에서도 이러한 부담은 확인된다. 금융당국 공시 기준으로 2025년 9월 말 흥국생명의 위험자산(주식, 출자금, 수익증권 및 기타유가증권, 일반대출, 부동산 등) 비중은 43.2%로 업계 평균(35.3%)을 웃돈다. 대체투자 비중 역시 2025년 상반기 기준 26.5%로, 생명보험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흥국생명은 자산운용 전반에서 위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회사로 평가돼 왔으며, 운용 역량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물론 대체투자 자체가 반드시 부정적인 선택은 아니다. 금리 환경 변화 속에서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장기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비중이 확대될수록 개별 자산 부실이 자산건전성 지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는 점에서 운용 역량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흥국생명의 경우 이미 일부 부담이 현실화된 모습도 나타난다. 고정이하여신(부실여신) 가운데 약 580억원이 국내외 대체투자 자산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특정 자산군에서의 부실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위험자산 비중이 높은 구조에서 추가 부실이 발생할 경우 자산건전성 지표에 미치는 충격 역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무산과 그 이후의 법적 공방은 흥국생명이 대체투자 중심의 운용 전략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라는 과제를 다시 한 번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본업 수익성 회복과 함께 운용 역량 관리, 위험자산 비중 조정이 향후 흥국생명 자산운용 전략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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