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루닛이 2년6개월여 만에 또 다시 주주들을 상대로 대규모 자금조달을 추진하며 투자자들의 원성이 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단기적인 주주배정 유상증자(유증) 계획이 없다'고 공언했던 약속을 뒤집으며 소액주주들의 반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더불어 최대주주의 저조한 유증 참여율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올 1월30일 2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을 결정했다. 이번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에 투입할 계획이다. 회사는 해당 자금을 ▲전환사채(CB) 풋옵션 대응 등 재무 리스크 해소(1378억원) ▲차세대 기술 개발 등 미래 투자(1125억원) 등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루닛의 주주배정 유증은 2023년 8월 이후 2년 6개월여 만이다. 당시 회사는 운영자금과 타법인 증권 취득을 목적으로 2019억원 규모의 유증을 추진했다. 그리고 이 때 조달한 907억원과 2024년 166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볼파라 인수대금을 마련했다.
이후 회사는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단기적인 주주배정 유증 계획은 없다'고 시장에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불과 1년 만에 깨졌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증자가 사실상 소액주주들의 호주머니를 다시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루닛의 소액주주 비율은 80.56%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유증 물량이 전체 발행 주식의 27%에 달해 목표한 자금을 온전히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시장의 회의론이 적지 않다.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인들의 유증 참여율도 원성의 대상이다. 이번 유증에 백승욱 의장과 서범석 대표는 배정된 물량의 약 15% 수준만 참여하기로 했다. 금액으로는 29억원 수준이다. 나머지 특수관계인 7명은 아직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유증 이후 백 의장의 지분율은 5.53%로 지난해 3분기 말(6.75%) 보다 1.22%p(포인트) 하락한다. 특수관계인 전체 지분을 합쳐도 14.11%에 불과해 향후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배정 물량의 15%만 참여한다는 것은 신주인수권을 매각해 확보한 현금으로만 증자에 참여하겠다는 뜻"이라며 "사실상 개인 자금 투입 없이 지분 희석만 방어하겠다는 의미로 책임경영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리스크 해소라는 명분은 있으나 결국 경영진의 자금조달 예측 실패와 약속 번복에 대한 책임을 주주들에게 전가하는 꼴"이라며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없다면 투자 심리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닛 박현성 상무(CFO)는 이달 2일 간담회에서 "제3자 배정 유증을 우선 추진해지만 풋옵션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로 결국 주주배정 방식으로 선회했다"며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풋옵션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는 게 주가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상무는 "2023년 대표와 의장이 유증에 100% 참여하기 위해 200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았는데 현재 15%에 육박하는 고금리 상황이라 추가 대출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신주인수권 매매를 통해 나오는 자금으로 유증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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