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SKC가 올해 경영 방침의 무게중심을 외형 확대에서 '수익성 회복'과 '재무 안정성 강화'로 전격 전환한다. 그동안 성장을 주도했던 대규모 설비투자(CAPEX)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비용 구조 개선과 유동성 관리에 집중하는 이른바 '운영 효율화 모드'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가장 큰 변화는 주력인 이차전지용 동박 사업에서 나타난다. SKC는 올해를 생산 거점 전환의 원년으로 삼았다. 지난해 말 고객사 인증을 마친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량이 올해 1분기부터 국내 정읍 공장을 추월할 전망이다. 특히 하반기 2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사실상 말레이시아가 메인 생산 사이트 역할을 맡게 된다.
회사는 이를 통해 제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수익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말레이시아 법인은 올해 1분기 내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2분기부터는 EBITDA 기준 흑자 전환을 목표로 잡았다. 기존 '마더 팩토리'인 정읍 공장은 차세대 제품 개발과 공정 고도화 등 R&D 기능에 집중하며 효율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업황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매출 성장세는 유지한다. SKC는 올해 전사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박의 경우 북미 지역의 에너지저장장치(ESS)향 수요가 강력한 동력이다. 지난해 상반기 8%에 불과했던 ESS 매출 비중은 4분기 25%까지 치솟았으며, 올해는 전년 대비 약 100% 이상의 판매 성장이 기대된다.
여기에 중화권 전기차(EV) 물량 확대와 소형 배터리용 수요 다변화를 더해 전체 판매량을 전년 대비 50% 이상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반도체 소재 사업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고사양 테스트 소켓과 하이엔드 메모리용 솔루션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년 대비 2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반면 화학 사업은 '수익성 중심'의 보수적 운영을 이어간다. 현재 설비가 풀가동(Full Capa) 상태인 만큼 외형 확대보다는 스프레드 개선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다. 특히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화학 사업 매각 등 리밸런싱에 대해 회사 측은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투자 효율화' 기조도 강화된다. 한때 조 단위에 육박했던 투자 규모는 지난해 2400억원 수준으로 줄었으며, 올해는 반도체를 제외한 전 사업에서 추가 감축 기조를 유지한다. 필수적인 유지보수를 제외하고는 선별적으로만 투자를 집행해 현금흐름을 최우선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다.
미래 성장 동력인 글라스기판은 실행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상용화 일정이 시장의 기대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인텔·하이닉스 출신의 반도체 공정 전문가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고 엔지니어 인력을 대규모로 현지에 투입했다.
특히 기존의 고사양 '인베딩' 방식뿐만 아니라 '넌인베딩' 제품까지 동시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도입해 고객사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상용화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인베딩은 기판 내부에 소자를 삽입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고난도 기술인 반면, 넌인베딩은 상대적으로 공정 난도가 낮아 고객사들의 조기 채택 가능성이 높다. SKC는 기술적 장벽이 높은 인베딩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넌인베딩 수요에도 즉각 대응해 실질적인 매출 발생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포석이다.
SKC 관계자는 "단기적인 성과 관리에 매몰되지 않고 사업 구조와 원가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점검할 것"이라며 "글라스기판 사업의 본궤도 진입과 완전한 손익 턴어라운드를 위해 재무적 체력을 강화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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