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안위와 경제 주권을 지킬 전략 자산이자, 꺼져 가는 제조업에 다시 불을 지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로봇 전쟁의 골든타임을 사수할 마지막 승부수는 결국 낡은 규제를 걷어낸 '특구(特區)'에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테슬라 '옵티머스'와 맞붙을 현대차그룹 '아틀라스'부터 생존을 위해 로봇 기업으로 변신하는 부품사의 사투, IPO(기업공개)와 동반성장펀드로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의 흐름까지 치열한 로봇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한국 로봇 산업이 세계 4위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산업 구조가 취약해 구조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봇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어서 핵심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출 구조는 대기업 비중이 크다는 점 역시 취약 요소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로봇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할 중견기업을 키우고 이를 뒷받침할 기술·인프라·인력 양성 등 전방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3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 발간한 '2024 로봇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 산업 관련 사업체 2509개 중 2458개(98%)가 중소기업이었다. 중견기업은 39개사(1.5%), 대기업은 12개사(0.5%)에 그쳤다. 특히 연 매출 10억원 미만 사업체가 65.1%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우리나라 로봇 산업 기반이 영세 기업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에서 세계 4위, 로봇 밀도에서 세계 1위인 것과 비교하면 산업 구조는 열약한 상황이다.
이런 구조는 다종다양한 부품을 조합해 완제품을 만드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유사성을 띄는 자동차 부품 산업과 비교할 때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2024년 기준 자동차 부품 업체의 기업 구성은 중소기업이 54.9%, 중견기업 40.7%, 대기업 4.4%로 중견기업 층이 튼튼하다. 로봇 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로봇 산업은 대기업 수도 많지 않고,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 역시 사실상 없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국내 로봇 산업은 핵심 부품은 수입에 의존하는 공급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품을 국산화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 허리 기업이 부족해서다.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제조업용 로봇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구동 부품의 해외 의존도는 80.3%였다. 이는 2021년(77.7%)보다 2.6%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이 가운데 98%는 일본산 부품이었다.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센서 부품의 수입 의존도는 51.5%로 구동 부품 대비 낮았지만, 이 중 중국산 비중은 48.4%로 집계됐다. 제어 부품의 수입 의존도는 39.7%였지만, 중국 의존도는 95.8%에 달했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글로벌 로보틱스 산업 지형 변화와 한·일 공급망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도 이런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한 웨어러블 로봇 기업은 국내 부품 및 플랫폼 생태계 기반이 취약해 핵심 부품의 국내 조달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실 한국무역협회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로봇 산업은) 핵심 부품의 낮은 국산화율과 특정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문제"라며 "로봇 생산이 늘수록 부품 수입도 함께 증가하는 성장의 역설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기업 수 측면에서 중소기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매출은 대기업에 집중된 구조라는 점도 취약한 부분이다. 주요 기업 한 곳이 흔들릴 경우 산업 전반에 충격이 전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보급되는 로봇은 수입 제품이거나 대기업 계열을 통해 공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시장 내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 업체들이 매우 많다고는 하지만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업계는 개별 기업 지원을 넘어 로봇 부품 개발–생산–실증으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 단위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보조금 확대가 아니라 기술 축적과 양산 역량을 함께 키울 수 있는 특구 지정 등 전방위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봇 전문가는 "정부 차원의 민관 협력 보조금·지원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산업 체질을 바꿀 만큼 규모가 크다고 보긴 어렵다"며 "국내 생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기술 개발, 인프라 확충, 전문 인력 양성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액추에이터, 감속기 등 핵심 부품은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분야가 많다"며 "부품 국산화를 통해 국내 로봇 산업 구조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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