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안위와 경제 주권을 지킬 전략 자산이자, 꺼져 가는 제조업에 다시 불을 지필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로봇 전쟁의 골든타임을 사수할 마지막 승부수는 결국 낡은 규제를 걷어낸 '특구(特區)'에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테슬라 '옵티머스'와 맞붙을 현대차그룹 '아틀라스'부터 생존을 위해 로봇 기업으로 변신하는 부품사의 사투, IPO(기업공개)와 동반성장펀드로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의 흐름까지 치열한 로봇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앞세워 구독형 로봇 서비스(RaaS·Robot as a Service) 도입을 예고했다. 로봇을 한 번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매달 구독료를 받는 서비스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로봇을 장기간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금융형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원스톱 RaaS' 서비스 모델을 제시했다. 로봇을 구독료 및 사용료 방식으로 이용하도록 하고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 유지보수·수리, 원격 모니터링과 제어 등 운영과 관리 전반을 통합 제공하는 형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 3만대의 로봇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양산 속도도 끌어올릴 방침이다.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장기 구독 고객을 확보하려는 수익성 극대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핵심 변화는 비용 구조가 단기 지출에서 장기 자산 투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점이다. 그간 기업은 인건비를 매달 지급해야 하지만 회수할 수 없는 비용으로 인식해 왔다. 반면 로봇 구독 모델은 장기간 구독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일종의 수익형 자산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은 로봇의 구동 방식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아틀라스는 기존 유압식에서 전동식으로 구동 방식을 전환했다. 유압식은 초기 투자 비용이 높아 고객의 진입장벽이 높았으나 구조가 단순한 전동식은 제조 원가와 관리비용을 낮출 수 있다. 대규모 투자 부담을 줄여 로봇 대중화를 앞당기려는 포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구독 모델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돈을 벌어다 주는 성장형 자산이 될 것"이라며 "매달 구독료가 배당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재무제표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참고할 수 있는 사례로는 가전업체의 렌털사업이 있다. 통상 가전업체는 제품을 고객에게 인도하는 시점에 재고자산을 회사가 보유하는 '기타 유형자산'(렌털자산)으로 재분류한다. 회사가 자산을 직접 보유한 채 고객에게 사용권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이용 기간 동안 나눠 받는 것이다. 로봇 구독 모델도 이와 유사한 방식이 논의될 수 있다.
구독 기반 수익 모델은 이미 자동차 산업에도 등장했다. 테슬라는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국내에 도입한 뒤 지난달 일시불 구매 옵션을 폐지하고 월 구독제로 전환했다.
게다가 일반 기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로 가치가 떨어지지만 로봇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로봇을 공장 설비로 자체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존 기계장치와 마찬가지로 유형자산으로 분류하면 되지만 고객에게 구독이나 렌털 형태로 제공하는 로봇은 성격이 다르다"며 "고객에게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유형자산이나 투자자산보다는 제조사·판매자가 제공하는 리스 자산에 준하는 별도 회계 처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회계 기준 적용 방식은 회사 내부 회계정책과 외부 감사인의 협의를 거쳐야 해 지금 단계에서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로봇 구독 사업이 본격화하면 재무상태표에서 로봇 관련 자산을 기존 공장 설비와 구분해 인식하고 손익계산서에는 구독료를 로봇 원가 회수분과 이익 부분으로 나눠, 기간에 걸쳐 인식하는 방식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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