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안위와 경제 주권을 지킬 전략 자산이자, 꺼져 가는 제조업에 다시 불을 지필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로봇 전쟁의 골든타임을 사수할 마지막 승부수는 결국 낡은 규제를 걷어낸 '특구(特區)'에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테슬라 '옵티머스'와 맞붙을 현대차그룹 '아틀라스'부터 생존을 위해 로봇 기업으로 변신하는 부품사의 사투, IPO(기업공개)와 동반성장펀드로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의 흐름까지 치열한 로봇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 부품 생태계를 로보틱스로 전이시키는 거대 혈맹을 가동했다. 기존 완성차 협력사의 로봇 부품 기업 전환(피보팅)을 전방위로 지원하는 로봇 밸류체인 구축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국민성장펀드 투자 유치 과정에서 약속한 로봇 생태계 조성 비전을 구체화한 첫 결과물로 풀이된다.
◆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 기반 얼라이언스 구축
4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2026)'에서 '모베드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가졌다. 출범식에는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관계자를 비롯해 현대트랜시스, SL 등 주요 부품사 관계자, LS티라유텍, 가온로보틱스 등 로봇 솔루션 전문 기업 관계자와 한국AI·로봇산업협회 등 유관 기관 대표들이 참가했다.
현대차의 차세대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인 모베드는 2022년 CES에서 처음 콘셉트 모델을 선보였으며, 지난해 12월 일본 국제 로봇 전시회(iREX)에서 최초로 양산형 모델을 선보였다. 이어 올 초 'CES 2026'에서는 로보틱스 분야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모베드는 '지형의 한계를 뛰어넘는 주행 안정성'을 목표로 4개의 독립구동 DnL(Drive-and-Lift) 모듈을 적용해 불규칙한 노면이나 경사로에서도 차체를 원하는 기울기로 조절할 수 있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기 위해 절제미 있는 심플한 디자인에 더해, 사용 목적에 따라 '탑 모듈'의 탈부착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이 조성한 이번 얼라이언스는 단순 하드웨어 도입을 넘어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에 대한 시장 니즈를 충족시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유연하게 결합할 수 있는 탑 모듈은 실외 배송 뿐 아니라 순찰, 연구, 영상 촬영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활용성을 높인다.
현대차·기아는 모베드의 확장성을 활용해 플랫폼 단독 판매가 아닌, 완성형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로봇 시장 전반에서 주도형 상용화 전략을 실행한다는 구상이다.
◆ '국민성장펀드 핵심' 로봇 밸류체인 구축 첫 발…車부품사 피보팅 주도
주목할 부분은 모베드 얼라이언스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국민성장펀드 대상 기업 선정을 위해 약속한 내용과 정확히 맞물려 돌아간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정부의 국민성장펀드 추진 계획이 발표된 직후 사장급 인사를 금융위원회에 보내는 등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 회장은 투자 유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로봇 생태계 조성'을 제시했다. 완성차 산업에서 구축한 촘촘한 밸류체인을 로봇 산업으로 이관시킬 뿐 아니라 모빌리티 전환에 따라 먹거리 상실이 우려되는 국내 중소·중견 부품사가 로봇 부품 기업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모베드 얼라이언스는 정 회장의 비전 실현을 위한 첫걸음으로 보여 진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을 비롯해 국내 부품사와 로봇 솔류션 기업, 유관 기관이 참여하는 4자 협력 체계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모베드 플랫폼 개발과 핵심 기술 기반을 제공한다. 특히 모베드용 센서·전장·배터리 등 주요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10개사는 모두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밴더사다. 참여 부품사는 ▲현대트랜시스 ▲에스엘(SL) ▲성우하이텍 ▲서연이화 ▲현대성우 ▲아르비젼 ▲모베이스전자 ▲성주음향 ▲BH-EVS ▲PHA다.
예컨대 현대트랜시스는 파워트레인(동력장치)과 시트를 생산하며, 현대차그룹 의존도는 85%를 상회한다. 자동차 조명 전문 기업인 에스엘은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에서 올리고 있다. 아울러 차량 차제(몰딩) 생산업체인 성우하이텍과 자동차용 내외장 부품사인 서연이화, 자동차용 전장부품 제조사인 모베이스전자 등도 현대차그룹으로 제품을 납품 중이다.
로봇 솔루션 기업 5개사도 이번 얼라이언스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산업 맞춤형 서비스 구성과 현장 구축에 기여하게 된다. ▲LS티라유텍 ▲로아스 ▲가온로보틱스 ▲고성엔지니어링 ▲위고로보틱스는 각각 스마트 팩토리 소프트웨어와 물류 자동화 솔루션,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산업 맞춤형 탑 모듈 10종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한국인공지능(AI)·로봇산업협회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으로 실증과 성공적인 도입 환경을 지원해 국내 로봇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한다는 그림 역시그리고 있다.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은 "글로벌 무대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은 모베드가 이번 얼라이언스를 통해 한 차원 더 뛰어난 로봇 솔루션으로 거듭나게 됐다"며 "현대차·기아는 핵심 파트너사들과 함께 국내 로봇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피지컬 AI 생태계 확장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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