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오천피'와 '천스닥'의 시대가 열렸으나 한국거래소의 표정은 밝지 않다. 증권시장 활력을 이어 나갈 유망주 수혈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알짜 사업부를 떼어내 상장하는 이른바 '송아지 상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걸림돌이다. 계열사 상장에 제동이 걸리며 우량 기업 유치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바이오 쏠림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강조한 질적 제고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을 준비하던 대기업 계열사의 기업공개(IPO) 절차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LS그룹 증손회사 에식스솔루션즈는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 상장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HD현대 자회사 HD현대로보틱스도 킥오프 미팅을 전격 취소하며 일정을 일시 중단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문제로 상장 강행 여부를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중복상장 논란이 재점화하며 시장 전반에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나타난 냉각 현상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중복상장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조 단위 몸값을 기대하던 롯데글로벌로지스, DN솔루션즈 등은 수요예측 단계에서 끝내 상장을 포기했다. 제노스코는 예심 문턱을 넘지 못했고, SK엔무브는 청구 계획을 보류했다. 배터리솔루션즈, 미코세라믹스 등도 줄줄이 상장을 포기하며 대어가 실종됐다.
코스닥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대기업 계열사에 집중됐던 칼날이 중견사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근 예심 미승인 통보를 받은 한컴인스페이스가 대표적이다. 공식 사유는 함구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오너 리스크와 함께 모회사 한글과컴퓨터와의 중복상장 우려를 원인으로 꼽는다. 다산네트웍스 자회사 디티에스의 심사 결론이 지연되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코스닥 시장의 바이오 종목 비중 상승을 경계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규제 불똥이 물적분할을 넘어 상장사와 지분 관계로 얽힌 기업 전반으로 튀면서 상대적으로 논란에서 자유로운 바이오 섹터의 신규 상장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중복상장 논란이 터진 후로 바이오 섹터 위주로 상장이 활발하게 이뤄졌다"며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면 결국 바이오 섹터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거래소도 난감한 기색이다. 부실기업 퇴출과 유망 기업 유치를 통한 신뢰 제고를 과제로 내세웠으나 선택지가 좁아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투자하고 싶은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라며 "매력적인 기업을 잘 모아두기만 해도 투자자들이 알아보고 시장도 자연스럽게 성장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오 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해도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하방 경직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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