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정부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무적 판단 끝에 보류했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증설 지원 대출 안건을 다시 전격적으로 승인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과 수도권 대기업 지원이라는 역설 사이에서 잠시 고민이 깊었지만 반도체 인프라 구축의 시급성이 더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투자은행(IB) 및 재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은 이날 국민성장펀드 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2조원 규모의 초저리 대출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지원안은 산은 정책 자금 2조원에 5대 시중은행이 참여하는 5000억원을 합친 총 2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금융 패키지다. 삼성전자는 확보한 자금을 평택 5공장(P5) 변전소 등 필수 인프라 구축과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도입에 투입할 방침이다.
당초 이 안건은 지난주 심의될 예정이었으나 돌연 일정이 취소되며 연기됐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대기업에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지역 민심에 미칠 여파를 고려한 조치였다. 정부가 지역 활성화를 핵심 국정 과제로 내건 상황에서 수도권 쏠림 비판은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정 취소 일주일 만에 다시 심사 일정을 잡고 안건을 최종 처리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핵심 생산 거점 구축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실리적 판단이 앞선 것으로 풀이된다. P5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2나노미터(nm) 파운드리 라인이 들어설 삼성의 차세대 핵심 기지다. 자금 공급이 지연될 경우 변전소 등 필수 전력 시설 구축이 뒤로 밀려 전체 공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재계는 이번 결정을 두고 정부가 정책 메시지의 일관성과 국가 전략 산업의 경쟁력 사이에서 합리적인 접점을 찾았다고 평가한다. 지난 4일 대통령이 10대 그룹 총수와 만나 지방 투자 확대를 당부하며 지역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반도체만큼은 정무적 판단을 넘어선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살피는 정무적 고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임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글로벌 반도체 전쟁은 결국 속도와 자금의 싸움인 만큼 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신속한 결단이 내려진 점은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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