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주의 이혼소송에서 핵심 쟁점은 비상장 대기업의 기업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것인가다. 비상장 기업 주식은 정확히 공증된 시장 가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법원이 어떤 평가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재산분할 금액도 수조원 단위로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 케이스에서 권 CVO의 배우자인 이모씨 측은 스마일게이트의 미래 성장성을 반영해 기업가치를 8조원 이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권혁빈 CVO 측 입장에선 기업가치가 커질 수록 나눠줘야 하는 경제적 반대급부가 늘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려는 입장이다. 권 CVO로서는 재산분할 규모를 방어하기 위해 자신이 일군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스스로 깎아내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권 CVO 부부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양측은 약 1년 6개월에 걸쳐 진행된 자산 감정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법리 다툼에 돌입한 상태다. 재판부는 오는 3월18일을 다음 변론기일로 지정하고 감정평가 방식에 대해서만 약 1시간 집중 심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권 CVO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지주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기업가치 산정이다. 양측이 주장하는 평가액 차이는 최대 3조원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재산분할 규모 역시 1조원 이상 달라질 수 있다.
배우자인 이씨 측은 스마일게이트의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DCF(현금흐름할인법)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마일게이트는 단순한 게임 개발사가 아니라 글로벌 흥행 지식재산권(IP)인 '크로스파이어', '로스트아크' 등을 중심으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과거 실적이나 장부상 자산에 머무르지 말고 미래 수익력을 반영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씨 측은 DCF 방식으로 산출할 경우 스마일게이트의 기업가치가 약 8조원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비상장사라는 이유만으로 가치 평가를 낮추는 것은 기업의 실질 가치를 외면한 형식 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권 CVO 측은 DCF 적용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게임 산업은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고 특정 IP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미래 현금흐름을 전제로 한 평가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주장이다.
권 CVO 측은 대신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비상장주식을 평가하는 방식인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하는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맞선다. 해당 방식은 과거 실적과 현재 재무 상태를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보수적 기준이다. 따라서 이를 적용할 경우 스마일게이트의 가치는 4조9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은 투자 유치나 인수합병(M&A)을 전제로 한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실제 현금화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다.
법조계 의견도 엇갈린다. 재산분할 과정에서 비상장 주식의 평가 방식은 회사의 업종 특성, 지배구조, 현금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된다는 이유에서 현재로서 정답은 없다는 시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권 CVO 측의 평가 논리가 법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선택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재산분할 소송의 본질이 장래 기대수익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혼인 기간 중 형성된 재산을 현실적으로 환가 가능한 기준으로 분배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비상장사인 스마일게이트의 특성상 주식 매각이나 현금화가 즉각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현금흐름을 전제로 한 DCF 방식은 가정과 변수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부담을 크게 키울 수 있다. 다만 스마일게이트 성장 과정에서 배우자 이씨의 기여도가 어느 수준까지 인정될 지에 따라 법원이 DCF 방식을 보조 지표로 제한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소송의 아이러니는 권 CVO가 자신이 일군 회사의 가치를 스스로 낮춰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권 CVO는 창업 이후 줄곧 스마일게이트의 성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해온 경영자다. 하지만 이혼 소송 국면에서는 오히려 기업의 미래 가치를 불확실한 변수로 규정하며 보수적 평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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