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AK홀딩스가 제주항공의 유동성 개선을 위해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과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제주항공에 넘겼던 IT 자회사를 되사오는 방식으로 현금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고환율과 공급 과잉 여파로 제주항공의 재무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지주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지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K홀딩스는 전일 이사회를 열고 제주항공 자회사인 AK아이에스(AKIS) 주식 780만주(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인수 금액은 432억9000만원으로, 주당 인수 단가는 5550원이다. 이에 앞서 제주항공은 9일 이사회를 열고 AKIS 주식 전량을 모회사인 AK홀딩스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AKIS는 애경그룹 관계사의 IT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는 IT 서비스 전문회사다.
앞서 제주항공은 2023년 최대 주주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를 대상으로 총 404억원 규모의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AKIS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IT 역량 확보와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재무 건전성 개선까지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이번에 AK홀딩스가 제주항공이 보유하던 자회사 지분을 다시 사들이기로 한 배경에 대해 회사 측은 지주사의 수익구조 다변화와 AKIS의 독립적인 사업 기반 확보, 그룹 차원의 인공지능(AI) 역량 강화를 이유로 들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재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사실상 지주사가 직접 나서 제주항공에 긴급 수혈을 단행했다는 평가다.
실제 제주항공은 지난해 연결 기준 4분기 일본 여행 수요 회복에 힘입어 153억원의 깜짝 흑자를 냈지만, 고환율과 공급 과잉 여파로 연간 손실 110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전 손실까지 포함한 누적 순손실은 1436억원에 달했다. 매출 역시 1조9358억원에서 1조5799억원으로 18.4% 감소하는 등 주요 손익 지표가 전반적으로 악화했다.
재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별도 기준 부채는 전년(1조6515억원) 대비 24.3% 늘어난 2조53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자본은 3031억원에서 2270억원으로 25.1% 줄어들며 부채비율은 544.8%에서 904.7%로 치솟았다. 항공기 리스 부채 비중이 높은 항공사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부담이 과도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023년 말 기준 682억원이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마이너스(-) 709억원으로 결손 전환했다. 그동안 쌓아온 이익을 모두 소진한 뒤에도 누적 손실이 이어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제주항공이 2030년까지 평균 항공기 기령(비행기 나이)을 5년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기단 현대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소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초 항공기 선납금(PDP)을 충당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1300억원을 단기 차입 형태로 조달하기도 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 턴어라운드는 긍정적이지만, 2025년 말 기준 결손금이 남아 있고 부채비율이 900%를 웃도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제주항공이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부채 상환에 활용할 경우 소폭의 재무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 단순 계산으로 현금 432억원 전액을 부채 상환에 사용한다면 부채비율은 88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또 고금리 단기차입금을 상환할 경우 이자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영업이익이 발생하더라도 금융비용으로 인해 순이익이 깎이는 구조를 일부 개선해 수익의 질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단기차입금은 4526억원이며, 평균 이자율은 4.54%였다. 이를 토대로 산출한 연간 이자 비용은 약 112억원 수준이다.
현금 확보는 기단 현대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현금 유입이 단순한 부채비율 개선을 넘어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위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회사 측은 이번 거래가 사업적 판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번 자회사 매각 결정은 항공업 본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확보한 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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