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국내증시 상장을 위해 기업공개(IPO) 주관사를 선정한 무신사가 어쩌면 다시 결정을 번복해야 할 고민에 빠졌다. 주관사단 구성을 마치고 사실상 상장 준비에 착수했지만 이전까지 꿈꿨던 나스닥 상장을 통한 밸류에이션 극대화라는 아쉬움을 곱씹기 시작한 것이다. 무신사 창업주 조만호 의장은 글로벌 인지도 제고라는 실익을 따지는 가운데 까다로운 회계 기준과 유지 비용 등 현실적인 걸림돌이 변수인 나스닥을 재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주관사 선정 이후에도 상장 시장을 확정하지 않고 유가증권시장과 미국 나스닥 상장 카드를 동시에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증시 상장이라면 주관사단 구성 직후 킥오프 미팅을 통해 세부 일정을 논의하고 상장 전략 수립에 착수해야 하는데 내부적으로는 일정이 급하지 않다는 명분으로 통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것이다. IB 관계자는 "약정 기한까지 여유가 있고 자금 조달이 시급한 것도 아니라 상장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속도 조절을 통해 최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지점을 찾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무신사 내부 기류도 속도보다는 방향에 무게가 실린다. IPO는 기업 생애주기에서 사실상 한 번 뿐인 기회라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박준모 무신사 대표이사는 지난해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에서 "IPO는 글로벌 확장을 위해 중요한 투자 방식 중 하나"라며 "타이밍과 자금 조달 비용 등이 매우 중요한 변수라 현재 최적의 시점과 조건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나스닥 상장은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실효적 카드로 거론된다. 국내에서는 발행사와 주관사가 목표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미국은 이런 과정 없이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과 논의를 통해 밸류에이션이 맞으면 상장할 수 있다. 무신사가 기대하는 10조원의 기업가치를 달성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발행사 관계자는 "기업으로서는 국내보다 미국에서 더 공정하게 가치평가를 받는다고 느끼는 측면이 있다"며 "특히 플랫폼 기업처럼 미래 성장성을 중시하는 기업은 국내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인지도 제고 효과도 기대된다.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최근 행보와 맞물리는 지점이다. 무신사는 글로버 스토어 중심의 크로스보더 커머스와 현지 오프라인 매장 확대, 브랜드 유통 등 다양한 사업 형태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K-푸드와 K-뷰티 열풍을 뒤이을 차기 주자로 K-패션이 꼽힌다"며 "해외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무신사에 상장을 통한 브랜드 마케팅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전략적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패션 플랫폼 쉬인도 미국 증시 입성을 추진한 바 있다.
무신사가 국내외 증권사를 대등한 비중으로 배치해 주관사단을 구성한 것도 전략적 선택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무신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씨티글로벌마켓을 대표 주관사로, KB증권과 JP모간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계 하우스에만 결과를 우선 통보하기도 했다. 통상적인 해외 투자자 유치 목적을 넘어 국내외 하우스를 동일한 숫자로 포진시킨 점은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는 의중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리적인 이슈 외에 정무적인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산업군에서 쿠팡이 김범석 의장의 의지로 나스닥 상장을 성공시켰고, 이후 국내 유통업계의 갖은 견제 속에서도 이른바 미국 상장 기업으로 정부에 사실상 맞서고 있어서다.
실제 쿠팡은 최근 고객 정보 유출 사태를 기화로 국내 여론과 당국, 경쟁사들의 집중포화를 맞았지만 미국 상장기업으로 포석을 둔 것을 계기로 미 의회에 로비스트를 고용해 접근하고 그를 기반으로 국내 정치권에 적잖은 압박을 가하면서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는 평가다. 10조원 이상의 유통업 카테고리 킬러 유니콘 혹은 데카콘 기업을 만들어낸 창업주들에게는 정치 리스크를 극복할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IB 업계에서는 여전히 국내 상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증시 입성을 위한 실무적 문턱과 막대한 유지 비용이 걸림돌이다. 나스닥 상장 시 미국 상장기업 회계감독위원회(PCAOB) 기준 감사를 받아야 하고 현지 회계기준도 준수해야 한다. 무사히 안착하더라도 연간 유지 비용만 약 100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시 오류에 따른 제재와 주주 소송 리스크 등 리스크 관리 부담도 상존한다. 무신사가 상장 시장 확정을 미루고 고심을 거듭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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