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한국 업체가 선도해 온 탠덤(Tande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CoE(Color Filter on Encapsulation) 등 첨단 OLED 기술에도 본격 진입하면서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점차 좁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은 한국 기업의 기술 우위가 뚜렷하지만 일부 중국 업체가 이미 양산에 성공한 사례가 등장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이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탠덤 OLED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탠덤 OLED는 발광층을 두 개 이상 적층하는 구조로, 싱글 OLED 대비 휘도와 수명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고 저전력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가장 앞선 업체로는 BOE가 거론된다. BOE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탠덤 OLED의 양산 레퍼런스를 단계적으로 쌓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화웨이의 대화면 플래그십 모델 '메이트 80 RS 얼티밋'에 탠덤 구조가 적용된 OLED 패널을 공급했다. 앞서 2024년에도 아너의 '매직6 RSR 포르쉐 디자인', '메이트 70 RS 얼티밋' 등에도 탠덤 OLED 패널을 납품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BOE는 청두의 B7 라인에서 스마트폰용 탠덤 OLED를 생산 중이다. 올해 하반기 본격 가동에 들어갈 8.6세대 OLED 라인인 B16 일부도 탠덤 OLED 생산에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BOE는 B16 적용에 앞서 B12 라인에서 관련 기술 개발을 선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옥스 역시 2023년부터 탠덤 OLED 상용화에 나서며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비전옥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8.6세대 OLED 라인에서 탠덤을 비롯한 신기술을 적용해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현재 탠덤 OLED 분야의 주도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쥐고 있다는 평가다. 양사는 2024년부터 아이패드 프로에 탠덤 OLED를 공급하며 IT 기기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애플의 공급망을 선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탠덤 OLED 상용화에 성공한 업체로, 양산 경험이 풍부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IT 기기뿐 아니라 전장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탠덤 OLED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자본력과 거대한 스마트폰 내수 시장을 보유한 중국 업체들이 충분한 양산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이에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IT·전장용 제품까지 탠덤 OLED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적층 구조가 확대될수록 수율 관리가 까다로워지고 생산 비용 부담도 커져 양산 난이도가 높아진다"며 "이런 점에서 후발주자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양산 경험을 빠르게 쌓게 될 경우 한국 기업에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업체들은 차세대 기술로 불리는 CoE 양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oE는 기존의 얇은 필름 형태 편광판을 컬러 필터로 대체하는 신기술로, 스마트폰 두께를 줄이면서 빛 투과율과 색 재현율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갤럭시Z 폴드3'를 시작으로 업계 최초로 CoE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울트라'에도 바(Bar)형 스마트폰 최초로 CoE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월 40K(4만장) 생산을 목표로 CoE 관련 라인을 재정비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아이폰 수주를 염두에 두고 파주 사업장에서 CoE 라인 보강 투자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 가운데서는 BOE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BOE는 2028년 출시가 예상되는 아이폰을 목표로 CoE 기술 개발에 착수했으며, 관련 생산능력(CAPA)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BOE는 스마트폰용 소형 패널 라인인 B7과 아이폰 공급을 겨냥한 B11, 기술 개발 중심의 B12 라인에서 CoE 적용 패널을 양산 중이다. 총 캐파는 월 33K(3만3000장)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 밖에도 비전옥스와 CSOT 등이 CoE 시제품 전시와 함께 양산 준비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폴더블폰을 중심으로 CoE 채용이 확대되면서 중국 업체들도 관련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CoE는 패널 두께가 중요한 폴더블폰에 특히 적합한 기술로 평가되는데, 중국 업체들이 폴더블폰을 하이엔드 제품군으로 육성하면서 CoE가 사실상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CSOT, 티엔마, 비전옥스, BOE의 CoE 캐파를 합산하면 월 57K(5만7000장)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실제 양산 물량은 이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단순한 생산 물량 확대를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에 적용되는 차세대 OLED 기술 경쟁력까지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부 주도의 투자 기조가 이어질 경우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더욱 좁혀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패널 업체들의 CoE 투자는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라며 "단순한 물량 경쟁을 넘어 차세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한 만큼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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