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명인제약이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목적으로 신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계기로 오너인 이행명 회장이 대표직에서 퇴임하고 신규 사내이사를 중심으로 경영진을 재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오는 3월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관순 전 한미약품 대표이사와 차봉권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해당 안건이 통과될 경우 기존 창업주인 이행명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두 신규 사내이사의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새롭게 선임될 두 사내이사의 역할 분담은 비교적 명확하다. 이관순 후보는 연구개발(R&D), 차봉권 후보는 영업 및 조직 운영 전반을 각각 이끌 계획이다. 창업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경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은 명인제약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부터 강조해온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전략의 일환이다. 회사는 신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며 R&D·영업·경영 전반에 걸친 전문성을 강화하고 의사결정 구조의 안정성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IPO 간담회에서 "기업 경영은 반드시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며 소유와 경영 분리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실제 명인제약은 정관 개정을 통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표이사 임기를 최대 4년(연임 1회 가능)으로 제한했다. 이는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염두에 둔 조치로 사실상 대표이사 장기 집권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외에도 이 회장은 유한양행을 롤모델 삼아 소유와 경영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3년 현금 100억원과 보유주식 50만주(250억원 규모)를 출연해 '명인 다문화장학재단'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가 전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공익재단 '유한재단'이 지분 15.87%를 보유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또 1969년 이후 50년 넘도록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 중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회사가 실질적인 소유·경영 분리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 전문경영인 체제를 넘어 최대주주인 오너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구조를 갖춰야만 진정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2025년 3분기 말 기준 지분 50.9%를 보유하며 회사 내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명인제약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의 경우 윤준섭·지선봉·손경오 등이며 감사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ESG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실제 일각에서 해당 위원회들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감사위원회는 2019년 설치된 이후 현재까지 외부에 공개된 주요 활동 내역이 위원장 선임 건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보드진을 위한 적절한 교육과 이사회 활동 감독 등이 향후 과제로 거론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자체는 상징성이 크지만 이 회장의 지분율이 50%를 상회하는 만큼 언제든 경영권을 다시 쥘 수 있는 구조"라며 "향후 선진 지배구조 구축을 위한 노력이 동반돼야 실질적인 소유와 경영 분리가 완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명인제약 관계자는 향후 회사의 경영구도에 대한 질문에 "정기 주주총회 이후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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