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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상 한계 벗어나…고부가 소재기업 도약
이슬이 기자
2026.04.02 07:30:18
③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핵심 소재인 구리 사업 재설계...엔진교체로 저성장 우려
이 기사는 2026년 04월 01일 17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런던금속거래소 구리 현물 가격 추이(그래픽=딜사이트 오현영 기자)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풍산이 탄약 사업부를 매각하려는 이유가 손가락질 받는 무기상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고부가가치 소재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탄약 사업부를 팔면 신동(구리) 사업부만 남게 되는데 이 부문의 수익성이 1% 미만이라 단순 가공업에서 친환경 소재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전략을 세웠다는 분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약 1만4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풍산 신동 사업부는 1% 미만인 이익률을 여전히 뚫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신동 부문의 수익성이 낮은 결정적인 이유는 제품 가격이 국제 구리 가격에 그대로 연동되는 특성에서 기인한다. 풍산은 직접 구리를 캐는 광산을 보유해 원재료를 확보하는 구조가 아니라 외부에서 구리를 사와 가공해 판매하는 단순 가공 사업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원재료 조달 시점보다 구리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제품가 인상 없이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구리 가격이 대세 상승기에 진입할 경우 이익률도 증가할 수 있다. 풍산은 국내외 원자재 업체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데 구리 가격이 치솟게 되면 미리 싸게 사둔 재고 물량을 높은 판가에 팔 수 있다. 실제로 2011년 이후 10여 년 만에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던 2021년 신동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6%대로 급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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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리 시장은 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톤당 1만2000달러대로 하락한 상태다. 원자재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가격 변동성이 커졌지만 중장기적인 수급 구조는 여전히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과 노후 전력망 교체 등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구리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풍산은 탄약 등을 제조하는 방산 부문과 구리 및 구리 합금 소재를 가공해 전자 부품이나 건설 자재용으로 공급하는 신동 부문으로 나뉜다. 지난해 기준 신동 및 방산 부문의 매출 비중은 각각 69%, 31%지만 실질적인 이익 기여도는 방산 부문이 현저히 높다. 신동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줄곧 0~1%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풍산이 탄약 사업부를 매각한다면 이들은 단순 구리 가공을 넘어 향후 이차전지 소재와 전기차용 동합금, 차량용 반도체 리드프레임 등 친환경 소재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고부가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풍산이 제조한 압연 제품(사진=풍산)

구리 가격이 휴전 이후 다시 올라 고공행진한다면 방산 사업부 매각은 규제 부담을 덜어내고 사업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풍산은 국가 전략자산인 탄약을 제조한다는 이유로 방위사업청 등 당국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풍산은 일부 국가로부터는 투자 대상 제외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 노르웨이와 스웨덴, 네덜란드 등 국외 연기금은 대량살상무기 분야 관련 기업 투자를 배제하고 있다. 이 기준은 단순 평판 문제가 아니라 패시브 자금 즉 상장주가지수펀드(ETF)나 연기금 자금에서 풍산으로의 투자가 자동 제외되는 구조적 문제를 만들어낸다. 

풍산은 이 때문에 해외 진출이나 사업 확장 시 제약이 뒤따랐다. 그러나 무기상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면 대규모 외자 유입의 가능성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산사업부 매각의 핵심 효과는 투자 가능한 유니버스 자체가 바뀐다는 점이다. 기업가치의 상승이 실적이 아니라 투자자 풀의 확장에서 먼저 발생할 가능성이다. IB 관계자는 "풍산은 사실상 구리 가공 기업인데, 방산 사업 때문에 정체성이 왜곡돼 있었다"며 "방산을 제거할 경우 사업 구조가 '탄약 + 구리'에서 '구리 중심 소재기업'으로 바뀌어 투자 프레임이 방위산업에서 리플레이션이나 인프라, 전력망 기업으로 전환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리는 최근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산업의 핵심 소재로 지목된다. 전기차(EV)와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직결되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분류도 에너지 트렌지션이나 일렉트리피케이션 플레이로 포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이는 단순 업종 변경이 아니라 멀티플 자체가 달라지는 이벤트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풍산이 탄약 사업부를 매각하려는 진짜 의도가 무엇이냐에 있다. 과거 물적분할 시도를 연관시켜보면 방산을 분리해서 지배력을 이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을 받는다. 방산을 매각해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하려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소액주주의 권리 희석 우려가 있는 주가 할인 요인이고, 후자는 현금 유입으로 사업구조를 개선해 주가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같은 분리라도 누가 가져가느냐에서 회사가 무엇이 되느냐로 서사가 바뀌는 지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방산사업부 매각은 단순 구조 변화가 아니라 대규모 현금 이벤트로 볼 수 있다. 만약 회사나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을 통해 주주환원에 나설 경우 주주들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이 고부가 소재 투자를 진행해 동합금이나 2차전지 소재 사업을 만든다면 더할 나위가 없는 선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SG 투자자들은 사업 구조 변경을 통한 자본배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탄약 사업부 매각과 주주환원 패키지가 나온다면 주가 리레이팅 속도 역시 훨씬 빨라질 거란 전망이다. 


하지만 탄약사업부 매각 이후 풍산이 저성장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신동 부문 실적이 여전히 국제 구리 가격에 민감하게 연동되는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주도할 요소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성이 높은 방산 부문을 떼어내는 만큼 시장이 부여하는 주가 배수가 하향 조정돼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방위산업은 경기 방어적 캐시카우이고 이를 제거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구리 가격 의존도가 상승해 산업적인 사이클 리스크에 빠질 수 가능성도 높다. 탄약 사업부 매각 가격이 기대 이하일 경우 오히려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는 원성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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