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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수출' 대박의 역설, K-방산 호재 속 수익성 '딜레마'
조은비 기자
2026.02.09 07:00:18
②300원 소총탄의 그림자… 저마진 내수에 갇힌 '풍요 속 빈곤'
이 기사는 2026년 02월 04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챗GPT)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글로벌 탄약 수요가 폭발하며 방산 부문에서 20%가 넘는 고마진을 기록 중인 풍산이 '수익의 역설'이라는 구조적 딜레마에 빠졌다. 전체 매출은 구리 가격 상승과 방산 호조에 힘입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이익의 핵심인 수출 물량은 줄고 수익성이 낮은 내수 공급만 급증하면서 실적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2025년 3분기 누적 실적에 따르면 풍산의 외형은 견고하다. 연결 기준 총매출은 3조6241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264억원) 대비 약 9% 증가했다. 2018년 약 7151억원 수준이었던 방산 매출이 지난해 1조2615억원까지 치솟으며 전사 성장을 견인해 온 우상향 추세도 여전해 보인다. 하지만 실적의 내실을 뜯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풍산의 방산 부문 실적은 '수출 감소, 내수 확대'로 요약된다. 우리 군의 탄약 비축량 확대를 위한 공급이 우선시되면서 방산 부문 내수 매출은 전년 동기(2929억원) 대비 29.6% 급증한 379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글로벌 수요가 몰리는 수출 매출은 같은 기간 4910억원에서 3964억원으로 19.3% 감소했다. 탄약 시장이 철저한 '공급자 우위'임에도 국내 탄약 독점 공급자인 풍산은 정작 고마진의 수출 기회를 온전히 잡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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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매출 구조 변화는 내수와 수출 간의 이익 차이에 있다. 풍산 방산 부문은 2024년 기준 22.7%라는 이례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나, 업계에서는 이를 대부분 해외 수출에서 발생한 성과로 보고 있다. 이는 방위사업청에 납품하는 내수 물량이 사실상 이익의 상한선이 정해진 '방산 원가 보상제'에 묶여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정부 납품용 탄약은 매년 원가팀이 원재료비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단가를 산정한다"며 "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에서 운영을 유지할 정도의 적정 이익만 보장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내수는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적지만 수출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구조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수익성이 낮은 내수 시장이 역설적으로 풍산의 독점적 지위를 지탱하는 원인이라는 점이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소총탄 한 발을 300원대에 공급할 정도로 단가가 낮은데, 이 가격은 수십 년간 쌓아온 설비 인프라가 있는 풍산이기에 가능하다"고 전했다. 신규 업체가 토지 매입부터 공장 설립, 인력 채용까지 감당하며 풍산의 '규모의 경제'와 단가 경쟁력을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탄약 제조 특유의 '기술 장벽'도 한몫한다. 과거 155mm 사거리 연장탄 개발 과정에서 국내 굴지의 방산 기업인 한화가 풍산과 경쟁했으나, 시험 평가 도중 포신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며 고배를 마신 사례는 업계에서 유명하다. 


아무리 거대 기업이라도 수십년간 탄약 한 우물만 판 풍산의 숙련도를 넘어서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결국 풍산은 '압도적 저단가'와 '검증된 기술력'이라는 이중 방어막을 통해 국내 안보를 독점적으로 지탱하고 있지만, 기업 수익 측면에서는 '수출 특수'의 수혜가 내수 공급 의무에 가로막히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이에 풍산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현재 안강과 부산사업장의 155mm 포탄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대규모 시설 투자(CAPEX)를 진행 중이다. 2024년 1959억원에 달했던 시설 투자 규모는 2025년 9월까지 이미 1401억원이 집행되며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탄약 부족 현상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생산 가동률을 끌어올려 내수와 수출 물량을 모두 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대규모 증설 투자가 완료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은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짐이 될 수 있다.


대외적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매출의 약 71%를 차지하는 신동 부문은 원재료인 구리 가격 변동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2025년 9월 누적 신동 부문 매출액은 2조7599억원으로 판가 상승에 따라 전년 대비 11.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 내외에 불과해 이익 기여도는 낮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풍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방산 부문의 수출 비중 회복과 내수 원가 구조에 달려 있다"며 "K-방산의 '총알'을 책임지는 풍산이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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