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금융위원회가 포용금융추진단을 출범시켜 금융구조 재설계에 돌입한다. 포용금융을 금융회사에 내재화하기 위해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고 지배구조를 바꾸는 한편 고착화된 신용평가시스템도 전면 개편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내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에 관해 '3층론'을 펼치며 은행 등 제도권 금융에서의 역할 강화도 주문했다. 전통적인 과거 이력 중심의 신용평가 모형이 시스템적으로 취약계층의 금융 배제를 가속화했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으로 읽힌다.
이 위원장은 21일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포용금융 대전환 회의 아래 포용금융전략추진단을 구성해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며 "금융 시스템을 포용적 금융으로 재설계하기 위한 전략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포용금융추진단은 ▲총괄분과 ▲정책서민분과 ▲금융산업분과 ▲신용인프라분과 등 4개로 구성된다. 이 위원장은 "총괄분과에서는 포용금융이 금융시스템에 내재화 할 수 있는 제도화 방향을 고민하고자 한다"며 포용금융 최고 책임자(CIFO)를 금융사 이사회 내에 두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정책서민분과는 포용금융 상품과 전달체계 등에 대해 종합평가 체계를 만들고 인센티브 및 서민금융진흥원의 출연료 차등적용 연계 방안을 구체화 한다. 생산적 금융과 마찬가지로 포용금융을 잘 하는 금융회사에 대해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마련될 예정이다.
금융산업분과는 포용금융을 억제·제한하는 건전성 규제 합리화 방안을 검토하는 역할이다. 이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건전성 기준을 너무 기계적·단기적으로 적용한 부분이 없는지, 카드사태 이후 금융감독 규제 체계가 시스템적으로 포용금융을 배제한다는 비판도 있어 어떻게 할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인프라분과에서는 과거·연체·금융 이력 위주의 신용평가체계를 재설계한다.
이 위원장은 '3층론'을 통해 현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1층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 2층은 정책 서민금융, 3층은 기존 시스템으로는 담기 어려운 재기금융으로 정의한 이 원장은 "1층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중·저신용자들이 2층, 3층으로 밀려나다가 결국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많다"고 봤다.
이 위원장의 설명은 앞서 김용범 정책실장이 제기한 포용금융 논의와 일맥상통한다. 김 실장은 "기존 신용평가모델은 과거 금융이력에만 의존해 저신용자들은 고금리상품만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선순환이 어려운 구조적 공백을 지적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제도권 금융인 1층에서 우량 차주 위주로 손쉽게 영업을 하며 기본적으로 많은 역할을 안하고 있다 보니 2층 정책 서민금융으로 너무 많이 몰리게 된다"며 "2층에서 세분화 작업을 통해 케이스별로 정책 금융을 펼쳐야 하는데 너무 많다보니 대규모화, 획일화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층인 제도권금융에서 위험을 선별하고 미래 상환 가능성을 관리해야 하지만 쉽고 편한 영업만 하면서 중금리 공백이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원시적 약탈금융'으로 비판한 상록수 사태의 후속 정책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상록수와 같은 새도약기금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동화전문회사 부분을 전수조사할 예정"이라며 금융회사 자체 조사·금융감독원·신용정보원·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을 통한 '4중 장치'를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회사별로 연체채권 관리 현황을 점검·공시하는 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 매입채권 추심업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매입채권추심업은 금융회사에서 연체채권을 기본적으로 싼값에 사 와 추심을 해 이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업의 본질상 엄정한 규율이 필요하다"고 했다.
1조4000억원 규모 과징금이 걸린 홍콩H지수 기초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제재에 대해서는 수용성과 정당성, 완결도를 높여 법리 적용과 사실관계 파악 등을 보강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강조했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대규모 제재"라며 "향후 다른 조사의 시금석이 될 수 있어 정교하고 엄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제한 법제화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은 실효성 등을 세심히 검토해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제도 개선을 했음에도 현장에서는 참호 구축, 이너서클이 없어지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며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제도가 현장에서 잘 작동할지 고민하다보니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금융권의 디지털 혁신(AX)을 뒷받침하기 위한 망 분리 규제 합리화 방안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3년 도입 이후 금융권의 AI 활용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목돼 온 망 분리 규제는 6월부터 단계적으로 완화된다. 보안 역량을 갖춘 금융회사가 전문가 심사를 거쳐 보안 목적으로 AI를 활용할 경우 규제를 한시 완화하고, 고도의 보안·AI 역량이 선별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망 분리 규제를 전면 해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해 혁신 상품 출시를 지원한다.
한편 이날 이 위원장은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도 발표했다. 코스피 8000포인트 근접 등 자본시장 활성화,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출범, 생산적 금융 전환, 서민·취약계층 지원 등을 금융분야 핵심 성과로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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