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금융감독원이 디지털 금융 환경 변화에 따른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회사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CCO)들을 소집했다. 인공지능(AI)·오픈API·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확산으로 소비자 피해 유형이 복잡해지면서 디지털 금융 소비자보호를 더 이상 IT 부서만의 문제가 아닌 전사 차원의 과제로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기존 사후 민원 대응 중심이던 CCO 역할을 서비스 기획·개발 단계까지 확대하겠다는 감독당국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21일 이종오 디지털·IT부문 부원장보 주재로 업권별 금융협회 및 주요 금융회사의 소비자 보호 담당 임원(CCO)들을 대상으로 '디지털금융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금융회사 CCO 간담회'를 개최하고 디지털금융 위험 요인도 함께 점검했다.
이 부원장보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빈발하는 IT 사고 등에 따른 위험요인을 점검해달라"며 "사후적인 피해 구제는 물론 사전 예방을 위해 서비스 개발 단계부터 이용자 보호에 문제가 없도록 능동적으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최근 디지털 금융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인공지능(AI)의 편향과 오류 위험 ▲선택권 제약 및 유도(다크패턴) ▲고령층과 장애인 등의 금융소외 ▲해킹 및 전산장애 등 IT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불명확 등을 꼽았다. 디지털 금융 고도화 과정에서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리스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차원 데이터를 활용하는 AI 특성상 결과에 대한 설명 가능성이 낮고, 데이터 편향으로 인해 금융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차별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교묘한 레이아웃이나 패턴을 통해 소비자의 정확한 내용 확인 없는 동의를 유도하거나 선택권을 제약할 수 있다고 봤다. 이밖에 고령층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비대면 거래 혜택에서 소외되거나 딥페이크 등 신종 IT 사기에 노출되는 부분도 우려했다. 오픈API나 클라우드 등 복합 시스템 연계로 인해 IT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져 피해 구제가 지연되는 점도 지적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기술적 복구에 치중하던 기존 사고 대응 체계를 이용자 중심으로 재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IT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용자 통지 절차와 대체 수단을 신속히 마련하고, 합리적인 피해 보상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치다.
특히 제3자와의 업무 위탁이나 제휴 과정에서 이용자 권익이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책임 관계를 명확히 할 것을 강조했다. 또 AI 알고리즘 도입 시 이용자에게 미칠 영향을 사전 평가하는 AI 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금융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인간 상담원 응대 기회를 보장하는 등 포용적 금융 환경을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최근 금융권 전산장애와 AI 기반 서비스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감독당국이 단순 시스템 안정성보다 이용자 피해 예방과 보상 체계 구축에 정책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부원장보는 "디지털·AI 혁신을 통해 금융의 생산성과 편익이 제고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이용자 불편 요인이 '성장통'으로 등장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의 '혁신'이 효율과 포용을 함께 안고 나아가는 소비자 중심의 디지털 경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들이 회사 내에서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담당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빠른 혁신과 IT 사고 수습 과정에서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고, 제시된 위험 요인들을 향후 서비스 추진 및 사고 대응 시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금감원은 앞으로도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이용자 권익 침해 요인을 발굴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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