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의 비핵심 사업부를 정리하고 핵심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IT서비스 조직 매각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성이 높은 전장 분야에서 조 단위 대형 인수를 추진하는 등 전장·오디오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밸류업 공시에서도 전장 분야 인수합병(M&A)을 언급한 만큼 추가 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하만의 영업권에 대해 1456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하만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솔루션(DTS) 사업부를 인도의 IT 서비스 기업인 위프로에 매각하는 절차를 12월에 완수, 이 과정에서 DTS 사업부에 얹혀 있던 영업권을 장부에서 제거한 셈이다. 매각액은 3억7500만달러(약 5200억원)로 알려졌다.
DTS는 글로벌 제조·자동차·소비재 기업 상대로 시스템통합(SI)과 클라우드 전환 등 IT 서비스를 제공해온 조직이다. 하만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낮아 비핵심으로 분류됐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18개 거점 소속 인력 5600여명도 위프로로 넘겼다. 하만은 지난해 8월 해당 계약을 발표하면서 "전장과 오디오 혁신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만은 삼성전자의 전장·오디오 분야를 담당하는 자회사다. 삼성전자가 2017년 3월 80억달러(약 9조3000억원)를 들여 인수한 미국 기업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과거 등기이사에 오른 후 처음 주도한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주목을 받았다. 디지털 콕핏과 인포테인먼트 등 차량 내 경험 분야를 담당하는 전장부문과 JBL·하만카돈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한 오디오 부문, 크게 2개 부문으로 나뉜다.
인수 초기 실적 부진을 겪으며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던 하만은 이제 삼성전자 실적을 든든히 받치는 '효자'로 탈바꿈했다. 하만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5311억원으로 인수 첫해인 2017년 600억원과 비교해 25배 넘게 성장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7조1000억원에서 15조783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하만의 영업권 가치도 꾸준히 불어나고 있다. 2023년 4조6914억원이었던 영업권은 2024년 5조1462억원으로 처음 5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는 5조18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발판 삼아 삼성전자는 하만을 통한 전장·오디오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바워스앤윌킨스(B&W)와 데논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독일 ZF 프리드리히스하펜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사업을 15억유로(2조6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 하만을 품은 후 8년 만의 조 단위 M&A 거래로, 인수 절차는 올해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특히 ZF ADAS 사업 인수는 하만의 전장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하만은 그동안 차량 내부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쌓아왔지만 ADAS 영역만큼은 비어 있었다.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점차 전환되면서 디지털 콕핏과 ADAS를 하나의 중앙집중형 컨트롤러로 통합하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는데, 이번 인수로 차량용 전방카메라와 ADAS 컨트롤러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며 ADAS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 회사에 따르면 ADAS와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시장은 지난해 62조6000억원에서 2035년 189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12%씩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헝가리 내 부다페스트, 세케슈페헤르바르, 페치 3곳에 1억3118만유로(약 2300억원)를 투입하는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부다페스트 연구개발(R&D) 센터에서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세케슈페헤르바르에서는 차세대 메르세데스-벤츠 모델을 위한 자율주행 시스템과 차량 정보관리 솔루션 개발을 병행한다. 헝가리는 하만이 30년 이상 운영해온 핵심 생산기지로, 이번 투자는 ZF ADAS 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공시하면서 미래 성장 분야의 하나로 전장을 언급하며 "의미있는 규모의 M&A 추진"을 시사했다. 지난해 말 사업지원실 산하에 M&A팀도 신설했다. 실탄도 넉넉하다.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에 힘입어 지난해 말 기준 순현금만 100조원에 달한다. 이 회장도 지난달 직접 유럽 출장에 나서 벤츠 등 독일 완성차 업체들과 전장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전장 사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어 관련 분야의 추가 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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