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4분기 배당 규모를 대폭 늘리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요건을 충족하자, 금융권의 시선이 일제히 다른 금융지주로 쏠리고 있다. KB·신한·우리금융지주가 하나금융지주와 비슷한 행보를 보일지, 아니면 다른 전략을 취할지가 이번 실적발표 시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오는 5일, 우리금융은 6일에 각각 2025년 연간 실적을 발표한다. 이들 금융지주는 실적발표와 함께 이사회를 열고 4분기 배당도 확정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30일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하며 4분기 배당금 규모까지 함께 공개했다.
하나금융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하면서 다른 금융지주들의 배당 전략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고배당 기업에 세제 혜택을 부여해 장기투자 문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이재명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기조 중 하나로 거론된다.
분리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배당성향 25% 이상을 유지하면서 배당 총액을 전년대비 10% 이상 늘려야 하는 '배당노력형'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하나금융은 4분기 배당금을 주당 1366원으로 책정해 연간 총배당금을 전년대비 14% 늘리며 해당 요건을 일찌감치 충족했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생산적 금융, 자본시장 활성화 등 이재명 정부 정책 기조에 적극적으로 발을 맞추는 점에서 볼 때 KB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 역시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KB금융은 여러 번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은 주주기반 확대 측면에서 굉장히 좋은 기회"라며 "도입된다면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유사한 긍정적인 검토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B금융이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직전 분기(3분기) 주당배당금 920원 대비 4분기 주당배당금(DPS)을 약 200원가량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KB금융이 4분기 주당배당금을 기존 920원 수준에서 1150~1200원대까지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ELS 과징금과 배드뱅크 출연금 등 약 3500억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 반영에도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13% 중반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배당 확대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신한금융 역시 유사한 배당 전략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이번 4분기 배당금을 700원대까지 상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증권가에서 제기된다. 유준석 흥국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 충족을 위해 주당배당금 상향 폭이 가장 두드러질 전망"이라며 2025년 주당배당금 예상치를 기존 2280원에서 2610원으로 높여 제시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1~3분기에 각각 570원의 분기 배당금을 지급했다.
특히 신한금융의 경우 4분기 배당 확대가 현실화할 경우, 2025년 총주주환원율이 5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KB금융만 2025년 기준 총주주환원율 50% 달성이 유력한 곳으로 꼽혔지만 신한금융 역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정책을 통해 50% 목표를 곧바로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금융은 본래 배당 중심의 주주환원 정책을 펼쳐온 만큼 상대적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 충족이 가장 수월한 곳으로 꼽힌다. 1~3분기 배당금은 주당 200원이었는데, 기존에도 배당 비중이 높고 자사주 활용 비중이 작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에 호응하며 700~800원 수준의 기말 배당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은행업 투자 리포트에서 "4분기 실적발표 시즌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 충족을 위한 추가 결산 배당 지급"이라며 "외국인, 기관 중심의 주주 구성상 현재 은행주 투자자에게 직접적 혜택은 크지 않으나 정부 정책 부응과 개인투자자 저변을 넓히려는 내부 요구에는 부합하는 의사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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